입력 : 2013.08.1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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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보현의집 제공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 노숙인복지시설 영등포보현의집 입구의 카페 '내 생애 에스프레소'에서 김모(52)씨가 손님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옆에 있던 원모(59)씨는 커피에 크림을 얹고 시럽을 뿌리며 손님들과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노숙인 자활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7월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원씨는 한때 작은 여행사를 경영했지만, 1997년 IMF로 직격탄을 맞아 사업을 접었다. 취직이 안 되면서 만사가 귀찮아졌고, 결국 공원에서 술을 마시며 곯아떨어지는 신세가 됐다.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던 2년 전, 서울 영등포역에서 누군가가 원씨를 잡고 노숙인 보호시설 입소를 권했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커피를 팔면서 그는 달라졌다. "손님과 인사하고 얘기하면서 마음이 밝아지고 의욕도 생겼어요." 원씨 꿈은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잘나가는 회계 전문가였던 김씨는 유명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에서 연봉 8000만원을 받았다. 10여년 전 보증을 잘못 서 4억여원의 빚을 지게 됐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2011년 겨울 알코올중독 노숙자가 됐다. 하루에 소주 6~7병을 마셨던 그는 삶을 포기했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영등포역에서 복지시설 직원을 만나면서 재활을 시작했다. "과거 '왕년'의 기억에서 벗어나, 지금부터 열심히 살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김씨는 매주 3일은 새벽에 여의도에서 운동한다. 김씨는 "체력이 중요하다"며 "남은 빚 1300만원은 꼭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주간 시범 운영됐던 전국 최초 노숙인 카페 '내 생애 에스프레소'는 14일 정식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