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16 16:20 | 수정 : 2013.08.16 17:26
3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安哲秀, 8월 10일 현재 法案 대표발의·공동발의 全無
전체 初選 의원 147명 중 임기 100일 이내 ‘1호 법안’ 안 낸 의원은 23명뿐
지역 현안 관련 활동도 미흡
지난 4월 26일 4·24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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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은 안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100일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국회의원 안철수의 100일은 어땠을까.
국회의원 의정 활동의 기본은 입법(立法)이다. 안 의원의 입법활동은 국회 입성 전 그가 받았던 큰 기대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100일이 지난 현재(8월 10일) 안 의원의 대표발의 건수는 0이다. 공동발의 건수 역시 없다.
《월간조선》 분석 결과, 안 의원을 제외한 여야 초선의원 전체(새누리당 78명, 민주당 55명, 통합진보당 5명, 정의당 4명, 무소속 5명) 147명은 임기가 시작한 2012년 5월 30일부터 현재(2013년 8월 1일)까지 총 2675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과 4·24 재·보궐 선거 당선 동기(同期)인 새누리당 김무성(金武星)·이완구(李完九) 의원의 경우 대표발의 건수는 제로였지만 공동발의 건수는 8월 1일 현재 각각 36건, 3건이었다. 김 의원은 5선, 이 의원은 3선 의원이다. 관례(慣例)상 다선(多選) 의원들은 발의할 법안이 있을 경우 초·재선의 후배 의원들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잦아 대표발의 건수가 적다.
게다가 안 의원과 같은 대선 유력 주자인 경우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 마련이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 1일 민주당 서영교(徐瑛敎) 의원은 “16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발의한 법안이 총 15개밖에 안 된다”며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을 공격했었다.
《월간조선》 조사 결과, 초선의원 147명 중 임기 100일 이내에 1호 법안을 발의하지 않거나 못한 의원은 안 의원을 포함해 23명밖에 안 됐다. 전체의 84%인 124명은 100일 이내에 1호 대표법안을 발의했다. 124명 중 95명은 임기 첫 달과 두 번째 달인 6(53명)~7월(42명)에 1호 법안을 냈다.
임기 100일 이전에 1호 법안을 제출한 초선이 다수인 것은 일반적으로 1호 법안의 경우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구상해 온 것을 법제화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비약(飛躍)을 좀 하자면 1호 법안 발의가 늦어진다는 것은 국회 입성 전 입법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안 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안 의원 측은 최근(7월 28일) 1호 법안으로 차명계좌 근절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과 CJ그룹 이재현(李在賢)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 은닉과 탈세를 했다는 게 사회적 논란이 된 시기와 교묘하게 맞물렸다.
시류(時流)에 편승하는 즉흥적 법안이 아닐까. 안 의원 측에 “언제부터 이 법안 발의를 계획했느냐”고 문의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4월 선거 이후부터 했다. 몇월 며칠부터 계획을 세웠는지까지 말해야 하나”라고 쏘아붙이듯 답했다.
인기영합 법안 여부를 떠나 안 의원 측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한 차명계좌 근절과 관련한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정부가 차명계좌를 전면 금지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금융실명제법 개정에 반대하는 만큼 새누리당의 지지는 받을 수 없다. 민주당 전병헌(田炳憲)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이 민주당과 지향성이 같다면 민주당 당론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것은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본격화하기 전 이야기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의 입법안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안 의원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섣불리 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안 의원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창조한국당 문국현(文國現) 의원은 2009년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1년 5개월 동안 단 4개의 법안만을 발의했는데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렇다면 안 의원은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안 의원의 지역구 예산활동을 잘 알 만한 위치에 있는 노원구청 관계자나, 안철수 의원 보좌관 모두 안철수 의원이 아직 이렇다하게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보좌관은 “예산확보는 필요한 게 있으면 할 것이고, 내부적으로 확보된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 계획이 없다는 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 보좌관은 “편성된 것이 없는데 예산확보 현황을 어떻게 말하란 말이냐. 기자님 말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산과정에 밝은 새누리당 3선 의원은 이에 대해 “예산확보에 능통한 의원들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편성이 시작되는 지난 5월부터 해당 부처와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들을 접촉한다”면서 “국회 예산심사 막판에 쪽지 넣는 의원은 못난 놈, 7~9월에 대정부 로비하는 의원은 뛰는 놈, 5월부터 미리 예산을 끼워 넣는 사람은 나는 놈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민주당 당직자는 “박지원 의원 말이 딱 맞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朴智元) 의원은 지난 4월 안 의원과 관련, “결국 300분의 1(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라는 뜻)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안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는 그를 향한 언론의 관심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치부에서 안 의원을 담당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안 의원이 7월 5일 대전, 6일 경남 창원, 18일 전북 전주 등 지역을 순회하며 세미나를 열었는데 당시 동행 취재 기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안 의원 측에서 취재 편의를 위해 25인승 버스를 빌렸지만, 취재진은 10명 정도밖에 안 왔다”고 전했다.
위기의식에서였을까. 안 의원 측은 부쩍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 의원측은 7월 1일부터 18일 동안 총 12개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하지 않던 언론 인터뷰에도 응했다. 그는 7월 28일 하루 동안에 《중앙일보》 《부산일보》 《광주일보》 모두와 인터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민감한 내용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봤을 때 안 의원이 인터뷰를 먼저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안 의원 측은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