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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지방신문 싹쓸이 하는 이유?

화이트보스 2013. 8. 19. 15:10

워런 버핏이 지방신문 싹쓸이 하는 이유?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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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19 13:51 | 수정 : 2013.08.19 13:51

    
	워런 버핏 photo AP
    워런 버핏 photo AP
    '투자의 귀재(鬼才)’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신문 매입을 둘러싼 뉴스에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이다. 운동화 차림으로 한국에도 다녀간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지만, 쓰러져 가는 신문·잡지를 쓸어가는 ‘미디어 비즈니스맨’으로 유명하다. 버핏은 지난 2년간 3억4400만달러를 투자해 무려 28개의 지방지를 매입했다. 산술적으로 한 달에 두 개 이상의 지방지가 버핏 손에 넘어간 셈이다. 제프 베조스의 주머니 돈과 달리,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통한 매입이다.
      
       아마존의 빛에 가려져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사실 버핏은 베조스 출현 이전 워싱턴포스트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이다. 버핏이 워싱턴포스트 주식을 사들인 것은 1970년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직후이다. 미국 역사를 바꾼 특종이기는 했지만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공화당 부자들은 전쟁을 통해 돈을 벌게 해주는 닉슨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워터게이트 보도와 함께 워싱턴포스트 주가가 급하강한다. 1000만달러를 들고온 버핏이 나타나 땅에 떨어진 주식을 쓸어담는다. 당시의 공격적 투자 덕분에 버핏은 이후 워싱턴포스트 주식 최대 보유자로 자리 잡는다. 주식 170만주를 가진, 시가 5300만달러 투자가이다.(2013년 6월 기준) 43년 만에 5배로 불린 셈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률이 엄청 낮지만 그래도 버핏의 명성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이번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매입은 버핏을 워싱턴포스트 주식 보유 2인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40여년 전의 버핏이 신문사 투자에 주목한 데 비해 2013년의 버핏은 신문사 통째 매입에 힘을 쏟고 있다. 버핏이 가장 최근 매입한 신문은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더 프레스(The Press)’이다. 평일 6만7000부, 주말 7만7000부를 발행하는 신문이다. 버핏은 신문사 매입을 위한 전문조직으로 투자회사 내에 ‘BH 미디어’란 특별부서를 설치해 두고 있다. 매입에 이어 관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버핏은 왜 자신이 신문사 헌팅에 나섰는지에 대한 모법답안을 만들어 미디어에 배포해 둔 상태이다. “지방 뉴스 전달자로서의 신문 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당신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면? 시장 선거, 세금, 고등학교 미식축구에 관한 뉴스를 생각할 때 지방지에 비교될 만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버핏은 생활밀착형 지방뉴스를 다루는 매체로서 지방지를 구입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언제부턴가 뒷골목으로 전락한 듯한 미국 지방 주민을 돕자는, 너무도 ‘고상하고 위대한’ 대의명분으로 와닿는다. 지방 주민들이라면 돈 많은 부자 할아버지의 동기에 감동할지 모르겠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다르다. 버핏은 철저하고도 냉정한 투자가이다. 지방지를 지원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자는 것이 그의 야심이라는 것이다. 지방지는 지역주민에 관한 구체적 데이터의 집산지이다. 걸어다니는 동안 세상 전부가 돈으로 보인다는 버핏이 그 같은 중요한 정보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게 미디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버핏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야심을 펼쳐나갈지에 관한 의문은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에 관한 물음과 동일하다.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버핏이 베조스를 포함해 워싱턴포스트매입에 나선 6명의 희망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투자를 넘어서 매입까지 나섰다는 것이다. 외교와 군사, 연방정부 정책을 주로 다루지만 장르만으로 보면 워싱턴포스트도 지방 신문에 속한다. 버핏은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매입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방지가 아니기 때문에 버핏의 관심사에서 제외됐다는 ‘진담 같은 농담’만이 흘러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