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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의 '民心 난독증'

화이트보스 2013. 8. 19. 15:53

與野의 '民心 난독증'

  •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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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19 03:06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2004년 3월 10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 반대 54%·찬성 28%"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반대가 찬성의 두 배가량이라는 조선일보·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반대로 이틀 뒤 국회에서 탄핵 가결을 주도했다. 그 결과 탄핵안에 반대하는 민심의 역풍(逆風)이 정치권을 강타했고, 한 달 후 4·15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152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에 대패(大敗)했다. 2002년 말 대선에선 한나라당 소속 이회창 후보가 46%를 얻었지만, 15개월 뒤인 탄핵 가결 직후 갤럽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30%포인트가 증발한 16%에 불과했다. 탄핵 추진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강경론자들 셈법은 이처럼 크게 빗나갔다.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해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은 "대선 불복은 결코 아니다"란 입장이지만, 촛불 집회에선 '박근혜 하야(下野)'와 '당선 무효' 등의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그래도 민주당이 촛불 집회에 대대적으로 참여하며 시민 단체들과 '결합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민심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같다. 하지만 최근 디오피니언 조사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민생을 외면하는 행보'란 응답이 59%로 '불가피한 선택'이란 35%보다 갑절가량 높았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국민의 과반수인 54%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답했고, '야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란 반응은 30%에 머물렀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뿐 아니라 야당의 지지 기반인 20~40대에서도 장외투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10%포인트가량씩 높았다. 9년 전 한나라당처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난독증(難讀症)에 빠진다면 민주당 강경론자들의 셈법도 지지층 결집이란 목표를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의 '증세(增稅) 반발'을 예견하지 못한 여권도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대선 때 내세웠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바꾸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많은 국민은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정책 목표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미디어리서치의 작년 12월 조사에서 '각종 세금을 거의 올리지 않고 조세 정의 등을 통해 필요한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가 57%로 '신뢰한다'는 37%보다 많았다.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무리한 공약은 수정하고, 복지 정책은 선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10명 중 7명(69%)이 '재정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이행이 어려운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갤럽 조사에선 복지 정책을 '모두에게 똑같이 시행해야 한다'는 21%에 그쳤고 대다수(76%)가 '서민이나 중산층 위주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이 고민 중인 '증세와 복지' 딜레마의 해법(解法)은 민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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