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0 03:01
[現 뱃길 수심 14m, 4000TEU급 이상 입항 못 해… 항만업계 "16m로 늘리자" 주장 잇따라]
대형화물선 노선 하나도 없어 수도권 화물, 육로로만 운송… 경쟁력 잃고 환경에도 악영향
기재부, 타당성 조사 나섰지만 2800억원 달하는 공사비 부담
큰길을 다니다 보면 화물차에 실려 가는 커다란 컨테이너를 볼 수 있다. 수출입 화물 운반용으로 흔히 쓰이는 이 컨테이너는 대개 길이 20피트(feet)짜리로 이것 한 개분을 '1TEU'라 부른다. 따라서 4000TEU급 화물선이라면 이런 컨테이너 4000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의 화물선을 뜻한다. 현재 인천항에는 4000TEU급 화물선까지만 들어올 수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항구까지 배가 드나드는 뱃길의 깊이가 이 정도까지만 소화할 수 있는 14m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큰 화물선이 드나들려면 뱃길의 바다 밑을 더 파서 수심(水深)을 늘려야 한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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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인천 신항 건설 현장에서 대형 장비들이 움직이고 있다. 인천항과 인천 신항은 모두 수심이 14m에 불과해 대형 컨테이터 선박이 입항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닥을 준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아래 사진) /채승우 기자
인천대 무역학부 김홍섭 교수는 "인천항에 대형 화물선이 못 들어오다 보니 수도권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수많은 화물차가 수도권과 부산·광양항을 오가면서 일으키는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고, 경부고속도로 등 경부축(軸) 도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은 현재 운영 중인 내항(도크)·남항·북항 뱃길이 모두 수심 14m이며, 특히 송도에 새로 만들고 있는 인천 신항의 항로마저 수심 14m로 계획돼 있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인천 신항은 기존 부두와는 다르게 밀물·썰물 때와 관계없이 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전천후 인천항' '동북아 물류의 허브(hub) 기지'가 되게 하려는 곳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과 마주 보고 있는 중국의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항구에는 8000~1만TEU급 화물선이 드나들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의 이 같은 요구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도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길이 15㎞, 너비 600~1000m 항로의 바닥을 2m 더 파내는 준설 공사 비용으로 2800여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은 "대(對)중국 교역의 중요성 하나만 따져도 인천항은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엔진 역할을 맡게 됐다"며 "항로 준설에 3~4년이 걸리는 만큼 하루빨리 16m까지 수심을 늘리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