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정수기, 유해 물질은 거의 다 제거하지만 세균 증식할 우려

화이트보스 2013. 8. 20. 11:21

정수기, 유해 물질은 거의 다 제거하지만 세균 증식할 우려

  • 김성모 기자
  • 양진하(연세대 신문방송 4학년) 인턴기자
  • 조원강(한양대 법학 4학년) 인턴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 2013.08.20 03:00 | 수정 : 2013.08.20 03:56

    [어떤 물이 안전한가] [1] 조선일보·TV조선 공동 기획

    14개 물 샘플, 환경과학원 분석

    미세한 필터 방식 정수기, 역삼투압식보다 세균 적어
    페트병 생수, 뚜껑 안 따도 5개월 지나면 물맛 변해

    본지·TV조선 취재진은 수돗물 샘플을 얻기 위해 서울 은평구의 3년 된 아파트를 방문했다. 주부 박민경(41)씨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물'부터 바꿨다고 했다. "지난 1월 늦둥이 딸이 태어났어요. 깨끗한 물에 분유를 타 주고 싶어서 정수기를 설치했지요." 박씨는 아이에게만큼은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물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수기로 거른 물은 무조건 안심할 수 있을까. 취재진은 지난달부터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도움으로 아파트 4곳(3년 된 아파트 2곳, 21년 된 아파트 2곳)에서 나온 수돗물, 방문한 집의 수돗물을 중공사막식·역삼투압식 정수기로 거른 물을 채수했다. 또 서울의 정수장 2곳(암사·강북정수장)에서 직접 수돗물을 뜨고, 판매량이 많은 국내·외국산 생수 5종류(삼다수·아이시스·평창수·에비앙·볼빅)도 구입해 모두 14개의 물 샘플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수돗물은 끓인 뒤 수질 검사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결과, 수돗물, 정수기 물, 생수는 장단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순위를 매기기 어렵다면서도 '수질(水質)' 측면에선 '끓인 수돗물'과 '보관을 잘한(냉장 또는 그늘 보관) 시판 생수'가 비교적 낫다고 말했다.

    ◇수돗물, 끓이면 안전

    수돗물보다 한 번 끓인 수돗물이 낫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수돗물에는 소독제 성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독 부산물'이라고도 불리는 소독제 성분에는 수돗물 염소 냄새의 주범인 잔류 염소 외에도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할로아세틱애시드 등이 포함된다. 이 성분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쉽게 없어지지 않아 수돗물에도 극미량 잔류한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시 남부수도사업소 관계자가‘관 내시경’을 수도관 안으로 넣어 내부 상태를 살피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시 남부수도사업소 관계자가‘관 내시경’을 수도관 안으로 넣어 내부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은 지 21년 됐지만 수도관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이명원 기자
    이번에 조사한 수돗물에서도 먹는 물 수질 기준 이하지만 수돗물 소독제 성분이 남아 있었다. 서울 암사·강북정수장에서 뜬 수돗물엔 잔류 염소가 각각 0.45㎎/L, 0.60㎎/L 검출돼 허용 기준치 4.0㎎/L의 11~15% 수준이었고, 영등포 지역 아파트에서 얻은 수돗물에서 나온 클로로포름은 0.035㎎/L로 기준치 0.08㎎/L의 44% 정도였다. 국립환경과학원 박주현 연구관은 "소독제 성분은 대개 휘발성이라 수돗물을 끓이면 모두 날아가는데, 이번 측정 결과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일반 시판 생수는 수질 측면에서 위험한 물질(일반 세균은 미측정)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생수도 오래 보관하면 페트(PET)병에서 나온 물질로 물맛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페트 용기에서 알데하이드류가 나오면서 밀봉한 생수 제품은 22주, 개봉한 생수는 2주 뒤부터 쓴맛·비린 맛 등이 일부 감지됐다고 했다. 따라서 생수도 냉장(섭씨 4~5도) 보관하거나 땡볕을 피해 그늘에 보관해야만 수질 측면에서 안전한 물에 속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역삼투압식, 일반 세균 많아

    수돗물에 대한 불신 풍토의 반작용으로 우리나라에 보급된 정수기만 600만대에 이른다. 우리나라 정수기는 대개 정수 방식에 따라 역삼투압 방식을 쓰거나 중공사막 방식을 쓴다. 특히 역삼투압식 정수기는 미세한 반투막(용매는 통과하고 용질은 제거하는 막)에 삼투압의 반대방향으로 강한 압력을 줘 물을 통과시키는 방식을 쓴다. 순수한 물 입자 이외의 수돗물 소독제 등 유해 물질은 원천봉쇄돼 거의 증류수에 가까운 깨끗한 물이 된다. 그러나 이번 측정 결과 일반 세균이 기준치의 4~5배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물 종류별 수질 측면 장단점. 수돗물·정수기 물·생수의 수질 검사 결과.
    연세대 양지연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역삼투압식은 물이 걸러지는 시간이 비교적 긴 데다, 모든 정수기는 정수기 관이나 필터 등의 관리가 잘못될 경우 2차 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공사막식 정수기는 머리카락 굵기 1만분의 1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필터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미생물이나 세균을 분리하면서도 미네랄 등은 거르지 않는 게 장점이다. 이 방식은 역삼투압식보다는 정수는 다소 느슨해도 정수 속도가 빨라 일반 세균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어떤 형식으로 정수하는지는 정수기 옆면에 표시가 붙어 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녹물' 수돗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새 아파트나 오래된 아파트의 수돗물 수질 차이는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