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27 17:22 | 수정 : 2013.09.29 09:55
대통령에게 패션은 정치의 일부분이다. 넘쳐서도, 부족해서도 안 된다. 특히 여성 대통령이라면, 그 비중은 훨씬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부터 11일까지 러시아-베트남 순방에서 선보인 다채로운 패션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8일 베트남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 72호텔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베트남 전통 의상) 패션쇼’에서 한복 모델로 데뷔했다. 양국 전통 의상인 한복과 아오자이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뜻깊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행사 참관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모델로 나선 것.
박 대통령은 행사 내내 당의 스타일의 옅은 하늘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귀빈석에 앉아 있었다. 은박이 박힌 미색 저고리와 연노란색 치마는 두루마기 안에 숨긴 채였다. 박 대통령은 따로 옷을 갈아입을 필요 없이 가볍게 두루마기만 벗고 런웨이를 워킹했다. 워킹을 마치고, 박 대통령은 베트남어로 “씬 짜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한복의 아름다운 색과 선 그리고 아오자이의 아주 멋진 맵시와 실루엣이 같은 무대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하듯이, 베트남과 한국 두 나라도 서로 조화롭게 교류하면서 협력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오늘 패션쇼를 계기로 우리 두 나라의 문화와 예술이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두 나라가 맺어온 소중한 인연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 진정한 동반자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인사말을 마친 박 대통령은 베트남 디자이너 2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것으로 패션쇼를 마무리했다.
이날 패션쇼에는 한국 디자이너 17명, 베트남 디자이너 2명이 참여하여, 각각 34벌 총 68벌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용주(그레타리 한복), 이효재(이효재 한복) 등 원로 및 중진 디자이너, 조진우(백옥수한복), 김민정(한복린) 등 신진 디자이너, 오점희(예지한복, 광주), 강혜경(강혜경한복, 제주) 등 지방 중견 디자이너 등이 다양하게 참여해, 조화와 전통, 화려함과 세련됨, 자연스러움과 친근함 등 한복의 다양한 모습 등을 표현했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의 앙드레김’으로 불리는 베트남 국부급 디자이너 란 흐엉과 신진으로 새롭게 촉망받고 있는 디자이너 레시 호앙이 참여해, 아오자이의 화려함과 모던함을 보여주었다.
박 대통령, ‘한복’으로 신한류 이끈다
패션쇼를 준비하고 진행한 베트남 주재 박낙종 문화원장은 “만나는 교민마다 당시의 감동을 이야기한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패션쇼가 끝나갈 때쯤 밖으로 나가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바빠서) 끝까지 안 계시는구나.’ 하고 실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행사장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박 대통령이 런웨이에 나타나자,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 이유다.
“진행하는 사람들도 (박 대통령의 등장 전까지) 긴가민가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깜짝 이벤트였죠. 현장 분위기도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이야기할 때, 베트남 사람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패션쇼를 꼽습니다.”
박 대통령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선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여성 대통령, 더군다나 아름다운 대통령입니다. 한복을 입고 런웨이에 섰는데, 그 모습이 모델보다 아름다울 정도였어요. 행사장에 있던 VIP들이 깜짝 놀랐고 모두들 아름답다고 칭찬했습니다. 게다가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와 함께 한복을 선보인 것이 베트남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베트남에는 10년 전부터 한류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류의 주역은 단연, 드라마, K팝, 영화였다. 최근에는 K팝이 그 중심에 있다. 박 문화원장은 “앞으로 한복이 한국 문화의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되어, 한류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분석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경제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문화가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한류가 지속되고 있지만, 대중문화 위주로 단순화되어 오던 한류가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때마침 고유한 문화인 한복을 베트남에 소개함으로써 그 전환점을 빨리 찾은 것 같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의도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복은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라고 이야기할 만큼 한복 예찬론자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듯이 한복이 ‘K패션’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까”라고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한복이 필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정상회담, 컬러 외교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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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은 흰색 옷을 입고 출국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의 문화와 국기를 반영해 컬러를 골랐다. 첫날은 파란색 재킷을 입었고, 다음날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빨간 재킷을 매치했다. 러시아 입국부터 셋째 날까지의 컬러를 모아보면, 바로 러시아 국기 색깔이 된다. 여러 나라 정상과 만나는 G20 공식회의에는 녹색을 선택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패션은 ‘박근혜 패션’이라고 이름 붙을 정도로 정형화되어 있었다. 디테일을 거의 살리지 않는 군복 스타일의 사파리룩에, 컬러는 흰색, 검정, 카키 등 무채색 계열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옷의 디자인은 평범하게 둔 채, 대신 색에 변화를 주었다. 상대와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식이다.
공항 패션으로는 중립적인 색깔인 흰색을 많이 선택한다. 해외를 방문할 때는 그 나라 국기 색깔이나 문화에 맞는 색상을 고른다. 한복은 외교 때 한국 고유의 전통미를 나타내기 위해서 혹은 해외 동포를 만날 때 입는다.
이는 G20 정상회담과 베트남 방문 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9월 4일 박 대통령은 흰색 옷을 입고 출국했다. 러시아에 도착해서는 러시아의 문화와 국기를 반영해 컬러를 골랐다.
첫날은 파란색 재킷을 입었고, 다음 날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빨간색 재킷을 매치했다. 러시아 입국부터 삼 일째 되는 날까지 컬러를 모아보면, 바로 러시아 국기 색깔이 된다.
여러 나라 정상과 만나는 G20 공식회의에는 녹색을 선택했다. 그린은 박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컬러다.
액세서리 매치에도 신경 썼다. 컬러가 화려해지면, 브로치는 작아졌고 핸드백 컬러는 의상과 맞춰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러시아 동포 간담회에서는 강렬한 레드 컬러 한복을 소화해냈다. 쉽지 않은 컬러를 잘 소화했다는 평이다.
베트남에서는 G20 정상회의와 달리 다소 부드러운 의상을 선보였다. 이 콘셉트는 하노이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적용됐다. 파란색에 화이트 도트가 경쾌한 재킷에 광택 나는 소재의 파란색 롱스커트를 매치했다.
그런가 하면 국회의장, 당서기장 면담이나 공식 환영식, 기자회견 등 대통령으로서 공식 일정이 있을 때는 보라색의 평소 자주 입는 사파리 스타일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실크 소재의 상의는 자칫 촌스러워 보이는 보라색 계열의 컬러를 고급스럽게 했다. 베트남 사찰 및 중소 중견 기업 간담회에서는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광택 있는 녹색 블라우스를 매치했다.
호찌민 시 당서기장 면담 및 오찬에서는 러플이 아름다운 노란색 재킷을 입었다. 팬츠는 노란색과 잘 어울리는 짙은 녹색으로 연출했다. 노란색은 베트남 국기의 가운데 별의 색깔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가 주석 만찬이나 하노이 공항출발행사에서는 초록색 계열의 투피스를 연출했다. 짙은 녹색의 롱스커트와 연두색 차이나칼라 재킷을 입어 단정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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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에서는 G20 정상회의와 달리 다소 부드러운 의상을 선보였다. 대통령으로서 공식 일정이 있을 때는 보라색의 재킷을 입었다. 베트남 사찰 및 중소 중견 기업 간담회에는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광택 있는 녹색 셔츠를 매칭 했다. 호시민시 당서기 면담 및 오찬에서는 러플이 아름다운 노란색 재킷을 입었다. 노란색은 베트남 국기의 가운데 별의 색깔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시대 악연 잊고 협력의 시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베트남 국빈 방문 중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의 건국 지도자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를 찾았다. 한글과 베트남어로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힌 리본이 달린 조화를 정돈하며 헌화한 뒤 간단한 목례를 했다. 참배 이후 호찌민 전 주석 집무실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서명한 뒤 연못에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이 호찌민 묘소에 헌화한 것은 1998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4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 2009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월남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호 전 주석이 이끈 월맹과 적으로 싸웠다. 이로써 두 나라는 한때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미국으로 부터 경제 원조를 받았지만 전쟁 중 많은 베트남인들이 희생됐다.
베트남전은 종종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쩐 득 렁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처음 공식 사과했다. 또한 2001년 답방한 쩐 주석에게 다시 한 번 “불행한 전쟁에 참여했다”고 또 한 번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부총재 당시 이를 두고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우려스럽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과거를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이날 호찌민 묘소 참배는 이러한 악연을 고려한 상처 달래기 행보로 보고 있으며,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호의적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월남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짧은 시간 동안 국가권력 1위인 쯔엉떤상 베트남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2위 응우옌푸쫑 당서기장, 3위 응우옌떤중 총리, 4위 응우옌신훙 국회의장 과 모두 접촉하는 등 ‘스킨십 외교’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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