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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소비지 車로 10분 거리… 농민이 포장·운반

화이트보스 2013. 10. 29. 13:20

산지~소비지 車로 10분 거리… 농민이 포장·운반

  • 박유연 기자
  • 입력 : 2013.10.29 01:28

    [풍년의 역설] 직거래 장터 국내 성공사례: 전북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농협은 장소 제공·계산 대행만… 농산물 판매 수익 농민 몫으로

    주부 김지선(45)씨는 지난 27일 가족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전북 완주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들렀다가 농산물과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추 한 포기 800원, 콩나물 한 봉지 1500원, 상추 1봉 1400원…. 대형 마트 일반 상품의 반값이다. 그런데 품질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이다. 카트에 정신없이 물건을 담던 김씨는 30분도 안 돼 3박스 분량 쇼핑을 해치웠다. '이걸 다 언제 먹느냐'는 남편의 타박에 "나눠주지 뭐. 그래도 남는 장사야"라고 응수한다. 김씨는 "차에 공간만 더 있으면 좀 더 살 텐데 무척 아쉽다"고 했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직거래 장터의 성공 사례로 통한다. 188㎡ 남짓한 면적의 매장에서 지난해 매출을 58억원 올렸다. 올 들어선 7월까지 64억원어치를 판매해 올해 100억원 돌파가 기대된다. 하루 평균 1200명이 찾은 결과이다.

    
	농민이 스마트폰으로 매장 체크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과 거래하는 농민들은 밭에서 농사를 하면서도 매장 내에서 자기 물건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농민이 스마트폰으로 매장 체크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과 거래하는 농민들은 밭에서 농사를 하면서도 매장 내에서 자기 물건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매장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시연해주는 모습. /김영근 기자
    용진농협은 입지부터 성공 요인을 갖췄다. 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전주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홍의춘 용진농협 상무는 "완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바로 옆 전주에서 소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운영은 철저히 농민 자율로 한다. 용진농협은 장소 제공과 계산 대행만 해주고, 상품 포장ㆍ운반ㆍ물건 배치 등을 모두 농민이 한다. 가격도 직접 결정한다. 농민들은 각 농가에서 스마트폰으로 매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물건이 떨어지면 곧바로 가져다 놓는다.

    용진농협은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이를 이수한 농민들에게 물건을 팔게 하고 있다. 홍의춘 상무는 "교육 후에는 농민이 제품 포장 등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포장에는 생산 농민의 이름과 연락처가 인쇄돼 있다. 얼굴과 다름없으니 품질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농민들은 신바람이 났다. 예전에는 버렸을 물건도 가져다 판다. 못생긴 당근을 한 봉지로 담아 1000원에 파는 식이다. 4000㎡ 규모 밭농사를 하는 오정숙(56)씨는 "한 달에 5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예전에는 꿈도 못 꿨던 일"이라고 했다. 오씨는 "예전에는 그냥 농부였는데 지금은 경영인"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