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티브이에서 차마고도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차마고도란 중국의 서남부 윈난성(雲南省)ㆍ쓰촨성(四川省)에서 티베트 고원을 지나고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네팔로 이어지는 5000km에 이르는 길로서 중국의 차(茶)와 티베트의 말(馬)을 교역하던 높고 험준한 옛길을 말한다.
중국과 히말라야사이의 좁은 산길을 통하여 행해지던 말과 차의 유통을 포함한 문명, 문화, 경제의 교역로였다고 한다.
위험하고 좁은 길이었지만 문화교류에 기여한 부분은 매우 평화롭고 넓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자연의 한계에 굴하지 않고 다른 세상과의 교류를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극복한 인간의 모습에 감동을 한 기억이 있다.
일본 큐슈에 차마고도와 많이 닮은 곳이 있다. 바로 다친즈케미치(駄賃付け道)라고 하는 곳이다.
일본 큐슈척량산지(九州脊梁山地)의 중앙부인 쿠마모토현의 마미하라(馬見原)와 미야자키현의 시이바무라(椎葉村)에서 고카세쵸(五ヶ瀬町)에 이르는 일대는, 무코우자카야마(向坂山 1684미터)와 오우기야마(扇山 1661미터)를 비롯해 해발 1600 미터급의 험준한 봉우리가 줄지어 있어서 주변지역과의 교류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이 척박한 지역에서 문화와 물산교류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 다친즈케미치이다.
다친즈케미치란 다친즈케라고 불리는, 말을 이용한 운송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쿠마모토현의 마미하라에서는 술과 소금을, 미야자키현의 시이바에서는 숯과 차를 말의 등에 싣고 큐슈산지의 정중앙을 관통하듯이 왕복하며 말이 물자를 운반했던 산중의 간선도로를 말한다.
너도밤나무의 숲에 덮여있는 이 산간지역은 옛날 휴가(日向 미야자키현)와 히고(肥後 구마모토현)를 나누는 경계선이었다. 또 동큐슈와 서큐슈를 나누는 분수령이기도 했다.
쿠마모토현 야마토쵸 마미하라에서 시이바무라에 이르는 30 키로미터의 길은 1933년에 자동차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중요한 교통로로써 물자와 사람이 유통하는 동맥이었다.
그 중에서도 무코우자카야마에서 오우기야마를 경유하여 시이바에 이르는 능선길은 기리타치고에(霧立越)라고 불리며 당시에는 매우 험난한 코스로 알려져 있었다. 능선길 자체는 걷기 쉬운 평탄한 길이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절벽과 급경사를 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교통의 발달로 인해, 오랜 시간 잊혀져 왔던 이 길이 훌륭한 경관과 다양한 자연을 즐기는 트레킹코스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날 말을 이용하여 구마모토와 미야자키현의 물산을 교류하던 통로를 현대의 트레킹 투어에 맞추어 정비하여 새로운 관광루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큐슈운수국과 구마모토, 미야자키의 두 현은 새로운 트레킹 루트에 한국의 등산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작년 7월에 한국의 여행사들을 초청하는 투어를 기획하였다.큐슈지역의 트레킹에 관심이 있던 나도 투어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어 다녀오게 되었다.
트레킹 메인루트는 고카세의 하이랜드스키장이 있는 무코우자카야마(向坂山)의 산중턱 고보우바타케(ゴボウ畑 1430미터)에서 닛피토우게(日肥峠 1558미터),시라이와야마(白岩山 1620미터), 오우기야마(扇山 1661미터)에 이르는 전장 약 12 키로미터 ,6시간 소요코스이다.
고카세쵸 방면의 시발점 고보우바타케까지는 임도가 정비되어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고 경사도 완만해서 가족단위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큐슈 정중앙을 달리는 코스에서는 아소산과 구중산도 전망할 수 있어 경관이 아주 훌륭하다.
일대에는 너도 밤나무 , 물참나무등의 낙엽수 원생림이 거의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남아있어 봄의 신록, 가을의 단풍등 각 계절마다 자연미를 맛볼수 있다.
![]() |
기리타치고에는 능선 종주코스이기 때문에 등산구와 하산구간 교통수단이 없는 것이 단점이나 지역 등산가이드 업무를 주로하는 <기리타치고에의 역사와 자연을 생각하는 모임> 에 의뢰하면 송영이 포함된 가이드 써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기리타치고에의 역사와 자연을 생각하는 모임: 미야자키현 소재>
문의⇒TEL0982-83-2326 FAX0982-83-2324
하이랜드스키장은 큐슈에서 가장 강설량이 많은 지역으로 ,1미터이상 눈이 쌓이며,위도상일본의 최남단 스키장이다.
<기리타치고에의 역사와 자연을 생각하는 모임: 미야자키현 소재>
문의⇒TEL0982-83-2326 FAX0982-83-2324
하이랜드스키장은 큐슈에서 가장 강설량이 많은 지역으로 ,1미터이상 눈이 쌓이며,위도상일본의 최남단 스키장이다.
![]() |
그리하여 이 곳 기리타치고에 트레킹코스에는 아직까지 말(馬)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 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미하라(馬見原 말을 많이 볼 수 있는 벌판): 구마모토현 야마토쵸에 위치하며 기리타치고에를 왕복하며 물자를 운반하는 말이 모였던 곳이다
![]() |
우마쯔나기바(馬つなぎ場 말을 묶어 놓는 곳):과거에는 목을 축일 수 있는 샘과 말의 먹이가 되는 초원이 있어서 말을 쉬게 하면서 말짐꾼들도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 |
니피토우게(日肥峠 휴가(日向미야자키현)와 히고(肥後구마모토현)의 앞글자를 따옴) 미야자키현 시이바무라와 구마모토현 마미하라를 연결하는 고개이며 두 현의 경계선이다.
![]() |
미즈노미(水呑 물을 마신다는 의미): 샘이 있어서 말에게 물을 먹이고 말에게 휴식을 취하게 했던 곳
쿠라오카(鞍岡 쿠라오키(鞍置 안장을 내려놓음 )에서 이름이 변경 되었다 한다) 1185년경 일본의 내전에서 패한 쪽 병사들이 가파른 기리타치고에를 앞두고 말의 안장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가진데서 유래함
![]() |
![]() |
![]() |
시이바무라(椎葉村) 중심지
<사진:미야자키관광컨벤션협회(宮崎観光コンベンション協会)>
당대의 험난한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고 문화와 물자의 교역을 이루어 낸 흔적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들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적, 물질적 혜택을 가져다 주었으리라.
원래의 차마고도에 가기위해서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보다 나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연의 한계를 극복한 인간의 노력과 능력이 발현된 현장을 보고 감동을 얻고자 하는 것이 차마고도에 가는 목적이라면, 그 준비단계로서 가까운 이 곳 큐슈의 작은 차마고도를 먼저 둘러보는 건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