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01 03:04
[김능환 前대법관, 2심서 有罪 '정치자금 사건' 상고심 맡아]
법조계 "전관예우법 안 걸려도 후배 대법관들에 부담 줄 것"
韓, 총리때 사법개혁 말해놓고 '전관예우 기대하나'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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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前총리(왼쪽)와 김능환 前대법관.
31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자신이 고문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6명과 함께 지난 25일 한 전 총리 상고심 재판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김 전 대법관은 같은 날 상고이유서도 함께 냈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2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작년 7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김 전 대법관은 올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서 물러난 직후부터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6개월 만인 지난 9월 법무법인 율촌으로 옮겼으며, 당시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맹자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선 총리 재직 시절 사법제도개혁을 추진했던 한 전 총리가 '전관(前官)예우'를 기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2006년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4월과 6월에 나란히 국무총리와 대법관에 올랐다. 지난해 4·11 총선 때는 한 전 총리는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김 전 대법관은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치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김 전 대법관의 로펌행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고 "고위 공직자로서 퇴임 후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결국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관례인 대형 로펌을 꼭 선택해야 했을까"라며 그를 꼬집었다. 당시 일부 민변 소속 변호사도 '편의점 쇼'였다고 김 전 대법관을 비판했었다.
김 전 대법관의 대법원 사건 수임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전관예우금지법에 저촉되지는 않겠지만, 함께 근무했던 후배 대법관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관예우금지법은 판사나 검사로 근무했던 지역에서 1년 이내에는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상고심은 대법원 제2부에 배당됐으며 신영철(사법연수원 8기)·이상훈(9기)·김용덕(12기)·김소영(19기) 대법관 등 4명으로 구성됐다. 4명의 대법관은 김 전 대법관과 같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김 전 대법관(7기)의 사법연수원 후배들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대법원은 어떤 부분이 법리적으로 문제인지 다투기 때문에 변호사가 누구인지는 신경을 안 쓴다"며 "율촌 소속 변호사로서 법리적으로 유·무죄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