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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결집+안철수 지지층은 분산 … 결과는 표 쏠림현상

화이트보스 2013. 11. 1. 11:25

보수 결집+안철수 지지층은 분산 … 결과는 표 쏠림현상

[중앙일보] 입력 2013.11.01 01:44 / 수정 2013.11.01 02:02

화성갑 보선 득표 격차 분석해보니

지난달 30일 치러진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가 정치권에 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애초부터 이곳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앞선다는 건 여야 모두 인정하던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표차가 예상보다 너무 심하게 나자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 후보의 최종득표율은 62.7%로 민주당 오일용(29.2%) 후보와 무려 33.5%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이 아니라 늘 팽팽한 양상을 보여온 수도권 선거에서 이 정도로 득표율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대선 때 화성갑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55.8%)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43.8%)의 지지율 격차는 12%포인트였다. 10개월 만에 여야의 득표율 격차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흥미롭게도 함께 치러진 포항남-울릉 재선거에선 지난해 대선 때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78.6%)와 민주당 허대만 후보(18.5%)의 득표율은 박근혜 후보(79.3%)와 문재인 후보(20.4%)가 격돌했던 지난 대선과 자로 잰 듯 비슷했다.

 그렇다면 화성갑에서 득표율 격차가 확 벌어진 이유는 뭘까. 일단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보자면 무엇보다 여야 후보의 ‘브랜드 파워’에서 큰 차이가 났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계의 핵심 인사로 3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서 후보와 민주당 당료 출신인 오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게임이 안 됐다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 밀리고 어젠다 초점 삐긋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 후보가 조직의 귀재이나 (서 후보의) 명성과 선심공약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손학규 전 대표가 화성갑에 출마했다면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 어젠다를 정할 때도 민주당은 판단을 잘못했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중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정치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지만 현지에선 별로 먹히지 않았다. 도농(都農)복합지역인 화성갑은 농촌 인구가 60%가 넘는 곳이다. 서 후보 측 관계자는 “요즘 농번기라 농사일에 한창 바쁜 유권자들이 댓글 같은 얘기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느냐”며 “오히려 서 후보가 내 건 ‘신분당선 화성연장’ 공약이 큰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정치구조적 요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이곳에서 출마했던 민주당 오일용 후보는 당시 36.8%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는 30일 보선에서 오 후보의 득표율(29.2%)과 통진당 홍성규 후보의 득표율(8.2%)을 합친 수치(37.4%)와 비슷하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원래 이 정도가 화성갑에서 범야권 고정 지지층의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44.0%까지 올라선 것은 야권 후보단일화의 효과로 안철수 후보를 밀던 무당파층 상당수가 문 후보를 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선 이후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의 관계가 껄끄러워지자 무당파층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면서 민주당의 거품이 빠졌다는 해석이다.

대선불복 논란 불거지자 보수층 불안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권엔 후보 단일화란 히든 카드가 있었지만 올해는 통진당 사태가 터지면서 단일화 전략이 물거품이 됐다”며 “이 바람에 민주당 지지율이 지난해보다 평균 10%포인트 이상 낮아져 재·보선에서 계속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은 ‘안철수 지지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만약 안철수 신당이 등장해 독자 후보를 낼 경우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크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댓글 사건에 이은 ‘대선 불복’ 논란이 보수층 유권자들의 집결을 촉발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화성갑에서 50대 이상 유권자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 비봉·송산·서신·장안·양감면의 투표 당일 투표율(부재자·사전투표 제외)은 모두 30%대를 기록했다. 반면 2030 세대가 절반에 육박하는 봉담·향남읍의 선거 당일 투표율은 전체 평균(27.6%)에 못 미치는 23~24%대에 머물렀다.

 새누리당은 4월에 이어 10월 재·보선에서도 연승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국면 전환에 나섰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댓글 정국’은 마무리하고 법안·예산 정국으로 끌고가겠다는 것이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국민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야당도 더 이상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하지 말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