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못 믿을 농수축협거액 횡령·뒷돈 받고 불법대출, 납품업체서 여행경비 받아 묵은 쌀 햅쌀 둔갑시키고 쇠고기 등급 속여 팔기도 연합뉴스 입력 2013.11.07 11:34 수정 2013.11.07 11:55
거액 횡령·뒷돈 받고 불법대출, 납품업체서 여행경비 받아
묵은 쌀 햅쌀 둔갑시키고 쇠고기 등급 속여 팔기도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농·어민들이 주 고객인 농·수·축협 직원들의 범죄 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고객이 맡긴 돈이나 면세유 판매 대금을 횡령하는 것은 물론이고 납품이나 불법 대출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등 각종 비리가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제2금융권에 속한 농·수·축협은 시중은행권보다 직원들이 한 업무에 비교적 오래 근무할 수 있다.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장부·전산 조작을 통해 부정을 저지를 개연성이 훨씬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터진 후 징계하는 '사후 약방문'식 제제보다는 순환근무를 강제하는 등 부정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감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수협 직원 안모(40)씨는 2009년 초부터 마른 멸치 구매 내역을 조작하는 등 수법으로 수협 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5일 해경에 긴급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현재까지 해경이 파악한 안씨의 횡령 규모는 100억원을 넘는다.
안씨는 어민들에게서 마른 멸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렸고, 중간 도매인들에게서 허위 서류로 마른 멸치를 구매한 것처럼 조작해 돈을 송금하고 다시 되돌려받는 수법을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안씨가 5년이나 돈을 빼돌렸지만 수협 측은 최근에야 이를 알았다.
안씨가 통영 등지에 아파트를 여러 채 사고 고가의 외제 승용차 등을 몰고 다녔는데도 까맣게 몰랐던 것은 수협의 감시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경남 고성군 고성수협의 20대 여직원이 고객 예금 1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여직원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고객의 정기예금을 멋대로 해지해 횡령한 뒤 만기 때 다른 고객의 예금을 해지해 지급하는 방법으로 50여 차례에 걸쳐 12억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수협중앙회 감사와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여직원은 횡령금액을 상당액 변제했다는 이유로 구속은 면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수협 지점에서는 지난해 11월 지점장과 임직원 등 5명이 수억원대의 뒷돈을 받고 신용불량자에게 100억원대의 자금을 불법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협 지점장 등은 2005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모두 75차례에 걸쳐 신용불량자여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107억원가량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현금, 차량 등 수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경북 포항에서는 지난 3월 면세유 공급업무를 담당하는 수협직원이 면세유 판매대금 1억5천여만원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썼다가 해경에 구속됐다.
경북의 한 수협직원은 금품과 향응을 받고 담보 서류를 조작해 6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로 지난 6월 해경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같은 범죄로 인한 조합의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충남 보령에서는 모 수협지점장이 어민들이 경매로 판매해 달라고 맡긴 수산물 300만원 어치를 직원들을 시켜 훔쳐 나눠 먹거나 인근 횟집 등에 팔아넘긴 혐의로 입건된 사례도 있다.
농협, 축협이라고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전북지역 축협조합장 10명은 2010년부터 유럽, 하와이, 일본 등지로 부부동반 외국여행을 가면서 비용 전부 또는 일부(총 1억1천400여만원)를 축산사료를 납품하는 회사인 농협사료 측에 부담시킨 혐의가 경찰에 적발돼 입건됐다.
지난해에는 예산 부족으로 외국여행 경비가 모자라자 농협사료에 첨가제를 납품하는 업자에게서 3천만원을 받아 충당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사료첨가제 납품업자-농협사료 지사-축협조합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납품의 '갑을 관계'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부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충남지역 축협조합장 3명은 외국여행 경비를 대신해 각각 3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
전남 광양시의 한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점장은 3억5천만원의 공금을 횡령해 지난 8월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 점장은 하나로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불특정 납품업자들에게 물품대금을 송금한 뒤 잘못 송금됐다고 연락, 다른 계좌로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공금을 빼내 게임 도박에 쓴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제주시의 한 지역농협의 직원은 조합원들이 낸 농자재 대금 9천600여만원을 횡령한 뒤 잠적하기도 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국민이 그래도 가장 믿고 찾는 게 농·수·축협 제품이지만 이런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 해남군의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 등이 2009년부터 묵은 쌀에 햅쌀을 2대 8 비율로 섞어 햅쌀이라고 속여 1만3천400t(시가 178억원 상당)을 팔아 2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지난 4일 경찰에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모 농협은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둔갑시켜 70t이나 유통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전남경찰청은 해당 임직원의 도덕성은 차지하더라도 농협의 쌀 유통 구조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농협 미곡처리장은 설립목적에 맞게 지역에서 생산한 벼를 팔아야 하는데 실적이나 이익에 쫓겨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벼까지 무리하게 사들여 재고를 양산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협중앙회의 전산 시스템은 원료 곡물의 생산연도, 품종 등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조작의 우려도 크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충북의 한 축협은 유통기한이 지난 쇠고기 17t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불량 한우 스테이크 6천800여개를 만들어 팔려다가 지난 4월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 청원군의 한 농협은 2등급 쇠고기를 1등급으로 속여 팔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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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쌀 햅쌀 둔갑시키고 쇠고기 등급 속여 팔기도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농·어민들이 주 고객인 농·수·축협 직원들의 범죄 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고객이 맡긴 돈이나 면세유 판매 대금을 횡령하는 것은 물론이고 납품이나 불법 대출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등 각종 비리가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장부·전산 조작을 통해 부정을 저지를 개연성이 훨씬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터진 후 징계하는 '사후 약방문'식 제제보다는 순환근무를 강제하는 등 부정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감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수협 직원 안모(40)씨는 2009년 초부터 마른 멸치 구매 내역을 조작하는 등 수법으로 수협 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5일 해경에 긴급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현재까지 해경이 파악한 안씨의 횡령 규모는 100억원을 넘는다.
안씨는 어민들에게서 마른 멸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렸고, 중간 도매인들에게서 허위 서류로 마른 멸치를 구매한 것처럼 조작해 돈을 송금하고 다시 되돌려받는 수법을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안씨가 5년이나 돈을 빼돌렸지만 수협 측은 최근에야 이를 알았다.
안씨가 통영 등지에 아파트를 여러 채 사고 고가의 외제 승용차 등을 몰고 다녔는데도 까맣게 몰랐던 것은 수협의 감시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경남 고성군 고성수협의 20대 여직원이 고객 예금 1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여직원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고객의 정기예금을 멋대로 해지해 횡령한 뒤 만기 때 다른 고객의 예금을 해지해 지급하는 방법으로 50여 차례에 걸쳐 12억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수협중앙회 감사와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여직원은 횡령금액을 상당액 변제했다는 이유로 구속은 면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수협 지점에서는 지난해 11월 지점장과 임직원 등 5명이 수억원대의 뒷돈을 받고 신용불량자에게 100억원대의 자금을 불법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협 지점장 등은 2005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모두 75차례에 걸쳐 신용불량자여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107억원가량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현금, 차량 등 수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경북 포항에서는 지난 3월 면세유 공급업무를 담당하는 수협직원이 면세유 판매대금 1억5천여만원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썼다가 해경에 구속됐다.
경북의 한 수협직원은 금품과 향응을 받고 담보 서류를 조작해 6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로 지난 6월 해경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같은 범죄로 인한 조합의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충남 보령에서는 모 수협지점장이 어민들이 경매로 판매해 달라고 맡긴 수산물 300만원 어치를 직원들을 시켜 훔쳐 나눠 먹거나 인근 횟집 등에 팔아넘긴 혐의로 입건된 사례도 있다.
농협, 축협이라고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전북지역 축협조합장 10명은 2010년부터 유럽, 하와이, 일본 등지로 부부동반 외국여행을 가면서 비용 전부 또는 일부(총 1억1천400여만원)를 축산사료를 납품하는 회사인 농협사료 측에 부담시킨 혐의가 경찰에 적발돼 입건됐다.
지난해에는 예산 부족으로 외국여행 경비가 모자라자 농협사료에 첨가제를 납품하는 업자에게서 3천만원을 받아 충당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사료첨가제 납품업자-농협사료 지사-축협조합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납품의 '갑을 관계'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부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충남지역 축협조합장 3명은 외국여행 경비를 대신해 각각 3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
전남 광양시의 한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점장은 3억5천만원의 공금을 횡령해 지난 8월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 점장은 하나로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불특정 납품업자들에게 물품대금을 송금한 뒤 잘못 송금됐다고 연락, 다른 계좌로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공금을 빼내 게임 도박에 쓴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제주시의 한 지역농협의 직원은 조합원들이 낸 농자재 대금 9천600여만원을 횡령한 뒤 잠적하기도 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국민이 그래도 가장 믿고 찾는 게 농·수·축협 제품이지만 이런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 해남군의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 등이 2009년부터 묵은 쌀에 햅쌀을 2대 8 비율로 섞어 햅쌀이라고 속여 1만3천400t(시가 178억원 상당)을 팔아 2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지난 4일 경찰에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모 농협은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둔갑시켜 70t이나 유통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전남경찰청은 해당 임직원의 도덕성은 차지하더라도 농협의 쌀 유통 구조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농협 미곡처리장은 설립목적에 맞게 지역에서 생산한 벼를 팔아야 하는데 실적이나 이익에 쫓겨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벼까지 무리하게 사들여 재고를 양산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협중앙회의 전산 시스템은 원료 곡물의 생산연도, 품종 등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조작의 우려도 크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충북의 한 축협은 유통기한이 지난 쇠고기 17t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불량 한우 스테이크 6천800여개를 만들어 팔려다가 지난 4월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 청원군의 한 농협은 2등급 쇠고기를 1등급으로 속여 팔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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