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조영주
#1 골반 아프고 다리 저리면 무조건 허리디스크?
허리나 엉덩이 부근이 저리거나 아프고,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허리디스크(추 간판탈출증)를 의심한다. 하지만 대퇴골두무혈 성괴사증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뼈 는 가는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혈류가 차단되면 뼈 에 구멍이 생기고 부서지는 괴사 증상이 나타난 다. 특히 대퇴골 끝 둥근 부분인 대퇴골두에 혈 류가 차단돼 뼈가 괴사하는 병이 대퇴골두무혈 성괴사증이다. 대퇴골두는 골반뼈와 함께 사용 빈도가 높은 고관절을 구성하는 뼈다. 대퇴골두가 괴사되면 책상다리나 다리를 꼬는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이 생기지만 방치하면 걷거나 앉을 때에도 통증이 생긴다. 더 심해지면 한쪽 다리가 짧아져 걸을 때 절뚝거리거나 걷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발병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 바로 수술하는 경 우가 많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30~60대에서 두루 발병한다.
#2 술과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이 주 원인
대퇴골두에 혈류가 차단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의 큰 위험인자는 음주와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의 남용이다. 정용갑 소장은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 자체가 지방대사에 영향을 미쳐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또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쓰면 혈액 점성도가 높아져 혈관을 막는 색전증이 생기거나 골다공증을 일으켜 대퇴골두의 뼈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은 지방간과 같은 간질환을 일으켜 고지혈증과 혈관 내 작은 색전(피떡)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밖에 잠수부처럼 물 속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고관절 부위에 골절 등 외상을 입었던 사람, 통풍, 만성신질환 등이 있는 사람에서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 발병률이 높다.
#3 초기에는 증상 없어, 진단은 MRI가 정확해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발병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괴사가 발생한 후 상당 시간이 지나면 고관절 부위가 함몰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이 없는데도 허리나 엉덩이 통증이 나타나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진다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을 의심하자. 정확한 진단 방법은 자기공명영상(MRI)이다. X선 영상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괴사가 50% 정도 진행돼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MRI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4 가장 확실한 치료법, 인공관절치환술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은 수술로 치료한다. 괴사가 있지만 정도가 경미하거나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경과를 관찰한다. 통증이 있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수술을 고려한다. 50대 이후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 환자에게 가장 확실한 수술은 인공관절치환술이다. 인공관절치환술은 괴사되어 손상된 대퇴골두를 교체하는 수술로, 대퇴골두 아랫부분인 경부부터 제거해 기존 대퇴골에 인공관절을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이상준 원장은 “대퇴골두가 골절되면 함께 고관절을 이루는 골반뼈도 손상되기 때문에 골반뼈 부분에 컵 모양 인공뼈를 넣어 대퇴골두를 부드럽게 감싸 준다”고 말했다. 인공뼈는 세라믹 소재를 주로 쓰는데, 20년 이상 쓸 수 있다. 인공뼈를 교체할 때는 인공 대퇴골두를 교체하는 일은 드물고, 주로 골반뼈의 컵 부분을 교체한다. 수술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쪽당 약 400만~500만원, 양쪽 다리는 500만~600만원이다.
#5 좌식 생활 바꿔야 탈구 막을 수 있다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은 후에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수술 직후에는 통증이 약간 나타나지만 약 3주 후부터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래도 약 3개월까지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등산을 할 수 있을 만큼 생활 범위가 넓어진다. 고관절수술을 받은 사람이 조심할 것은 인공관절이 분리되는 ‘탈구’다. 탈구를 예방하려면 고관절을 과도하게 쓰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쪼그려 앉기와 수술한 다리를 반대쪽 다리에 꼬고 앉는 자세다. 이상준 원장은 “고관절수술을 받은 사람은 좌식 생활을 피해야 한다”며 “쪼그려 앉기나 책상다리 하기 같은 좌식 생활을 멀리하고, 침대와 양변기를 쓰는 등 서양식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 이상준(제일정형외과 원장), 정용갑(나누리서울병원 관절센터 소장)
자료제공 제일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