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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국수가 좋다? 거무스름한 게 진짜?… 메밀국수에 대한 오해들

화이트보스 2013. 12. 1. 13:30

메밀국수가 좋다? 거무스름한 게 진짜?… 메밀국수에 대한 오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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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1.3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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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엔 글루텐 거의 없어 국수면발 뽑아내기 어려워…
    밀가루 섞는 건 당연한 것… 메밀가루가 원래 하얀데 면 색깔도 하얀게 맞아 … 겉껍질 섞여 거무스름한것

    [황교익의 먹거리 Why? 파일] 100% 메밀국수가 좋다? 거무스름한 게 진짜?… 메밀국수에 대한 오해들
    냉면, 막국수, 소바. 공통점은 메밀국수라는 것이다. 또 대체로 차게 먹는다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이 국수들을 여름 음식으로 여기나, 맛있기로는 겨울이다.

    메밀은 늦가을에 거둔다. 겨우내 먹는 건 햇메밀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메밀은 씨젖의 막에 약간 녹색기가 있고 가루와 국수에도 그 색이 살짝 돋는다. 향이 진하다. 여름에 들면 묵은 메밀이 된다. 향이 적고 찰기도 떨어진다.

    여름에 메밀국수를 먹는 것은 날씨가 더우니까 시원한 국물 맛으로나 먹는 것이지, 메밀 향을 즐기겠다 하면 역시 겨울이다.

    메밀국수에 대한 오해가 많다. 국수 때깔이 대부분 거무스레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당연한 듯이 여긴다. 메밀에서 우리가 먹는 부위는 씨젖이다. 겉껍질을 벗기면 씨젖이 나오는데, 이 색깔은 하얗다. 메밀가루는 하얗고, 따라서 그 국수도 하얀 것이 맞는다(하얗다 하였지만 약간 회색이 돌아 희묽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수 있다).

    분쇄기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겉껍질이 섞인 거무스레한 국수를 먹었고, 그 영향으로 메밀국수라 하면 거무스레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기호에 맞추어 색깔을 더하는 것이다.

    메밀을 분쇄할 때에 겉껍질을 조금 갈아 넣는 것은 용인할 수 있으나 볶은 보릿가루라든지 색소가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메밀의 겉껍질이 조금 들어간다고 맛이 더 있는 것은 아니니 이런저런 신경 쓸 것 없이 하얀(또는 희묽은) 메밀국수를 찾아 먹는 것이 좋다.

    메밀국수에 대한 오해가 또 있다. '100% 메밀국수에 대한 신화'이다. 많은 식당이 메밀국수에 밀가루를 섞는 속임수를 쓴다는 것이다.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착한 식당' 편에서 이를 다루면서 이 엉터리 말이 크게 번졌다. 당시 나는 그 프로그램의 자문에 응하고 있었는데, 메밀가루에 밀가루 섞는 것을 두고 문제 삼을 수 없으며 또 그래야 메밀국수가 맛있다고 하였으나 제작진은 막무가내로 이를 방송하였다.

    나중에 듣기에 평가자로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던 음식 전문가 역시 그런 취지의 말을 했다 하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들러리였고 방송은 엉터리 내용 그대로 나갔다. 그 사건 이후 나는 그들과 인연을 끊었다.

    '100%'가 주는 이미지는 대단하다. 100% 감귤 주스, 100% 우유 함유 등 식품업계에서 으레 100%를 써먹는다. 그러나 요리에서 100%는 큰 의미가 없다. 요리란 '식재료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하는 행위'이다. 식재료에 따라 더하고 빼고를 하여 그 맛을 극대화하는 일이 요리이다.

    예를 들어, '100% 멸치 액젓 김치' 말고도 '70% 멸치 액젓에 30% 새우젓 김치' '60% 멸치 액젓에 40% 까나리 액젓 김치' 등 다양한 김치가 만들어지는 까닭도 그렇다.

    메밀은 단점이 많은 식재료이다. 특히 국수를 만들기에 좋지 않다. 글루텐이 거의 없어 국수로 늘리기가 어렵다. 국수를 뽑았다 하여도 금방 풀어진다. 냉면, 막국수, 소바 등 메밀국수가 대체로 찬 국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뜻한 국물에서는 국수의 겉이 쉬 무르고 다 먹기 전에 국수가 뚝뚝 끊겨 국수로서 맛있는 식감을 확보할 수가 없다. 이런 메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 밀가루이다. 이 전통은 소바의 일본에서나 냉면과 막국수의 한국에서나 오랜 것이다(조선에서는 밀가루가 귀하여 대신 녹두 가루를 썼다).

    요리사는 메밀가루와 밀가루의 배합 비율을 두고 날마다 고민을 하게 되는데, 계절과 날씨에 따라 같은 비율이라 하여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메밀 함량을 겨울이면 높이고 여름이면 낮추며, 비 오는 날은 낮추고 맑은 날은 높이고 하는 식이다. 그러니 한 식당의 메밀국수라 하여도 매번 똑같은 국수를 맛볼 수 없으며, 그게 바로 요리의 묘미이다.

    100% 메밀국수는 누구든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맛은 보장하지 못한다. 이런 것은 요리가 아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거짓으로 시청률 올리기는 쉽다. 그러나 그건 언론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