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02 03:02
현재 진행되고 있는 TPP 협상에서 12개 국가는 저마다 특수한 품목을 개방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몇 상품 때문에 TPP 협상을 깰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농축수산물에 대한 개방 원칙이 만들어지면 협상 참가국들은 그 원칙을 따라야 한다. 우리만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서 특별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순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했다가 반(反)정부 세력이 광우병 공포를 확산시키면서 정권이 휘청거릴 만큼 큰 저항에 부닥쳤다.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축산 농가들에 대한 피해 보상 대책도 없이 서둘러 협상을 타결한 것이 국민적 소동을 일으키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정부는 이달부터 12개 TPP 참가국과 개별 협상을 시작한다. 개별 협상이 끝나고 한국이 13번째 공식 협상 당사국으로 인정받기까지 짧으면 6개월, 길게 봐도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리 TPP 참가가 급하다고 해도 정부는 관련 업계와 대화를 통해 품목별 개방 계획을 만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품목에 대해서는 선제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농가 보호를 위해 참깨에 630%, 마늘에 360%, 마른 고추에 270%씩 관세를 물리고 오렌지·사과·배·바나나에도 30~50%의 높은 관세 장벽을 쌓고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미국·EU와 FTA 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농업 분야에 예산 206조원도 쏟아부었다. 그렇다고 농민들 형편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거나 농업 경쟁력이 강해진 것도 아니다. 일본은 TPP에 참가한 뒤 쌀 생산 농가에 대한 보조금 삭감 등 50년 만에 가장 혁신적인 농정(農政)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TPP 참가를 계기로 무엇이 정말 농촌과 농민을 위한 정책인지, 어떤 정책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농축산업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