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특위는 새누리당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특검은 민주당이 한 발씩 양보해 국회가 마비상태에서 벗어나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3일 심야협상 끝에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양당은 내년도 예산안도 연내에 합의처리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따라 정부의 셧다운(기능 일부 정지)을 의미하는 ‘준예산’ 편성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통을 겪긴 했지만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낸 것은 이달 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생기는 정치적 부담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특위를 민주당에 양보했다. 위원장도 민주당 몫으로 주고 특위에 입법권도 부여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만 해도 민주당에 “입법권과 위원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여야는 결국 ‘선(先) 국회 정상화·특위 구성, 후(後) 특검 논의’라는 선에서 절충하며 해법을 마련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양당은 평행선을 달렸다. 오전의 4자회담에서 새누리당은 “특검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거나 “예산안 심의에 들어오지 않으려면 들어오지 말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새누리당에 돌아갈 것”이라며 맞섰다.
오전 협상이 결렬된 뒤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협상이 결국 파토 난 것 같다”는 비관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여야의 물밑 라인이 가동되며 접점이 마련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민주당의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만나고 새누리당 윤상현,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별도 접촉하면서 절충안의 윤곽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오후 4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최고위원들에게 “결단하겠다”고 알렸다.
민주당 지도부가 특검보다 특위에 집중한 이유는 실리 때문이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아 국정원 개혁법안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고 봤다.
당내 온건파 의원들 사이에선 “특검보다는 특위에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치개혁 특위는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일종의 ‘보너스’였다. 민주당은 정개특위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새누리당에 요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안철수 신당’의 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쉽게 민주당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정개특위는 여야 동수라 민주당의 주장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4일부터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약속했지만 양당 강경파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들은 그간 ‘특검 사수’는 물론이고 특검의 수사대상에 국정원 댓글 의혹 외에 검찰 지휘부의 수사축소 의혹,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여야 지도부 간 합의문엔 특검의 시기와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내 강경파 일부가 ‘빈손 회담’이라고 비판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양당은 이날 특검을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내년엔 지방선거가 있어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특검 도입에 쉽게 합의해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특검은 검찰 수사가 완료되고 재판이 종료된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 결과를 의원들에게 설명한다.
채병건·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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