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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오는 안철수, 달아나는 사람들

화이트보스 2013. 12. 4. 19:47

쫓아오는 안철수, 달아나는 사람들

  • 정녹용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jny@chosun.com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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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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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러브콜 거부하는 사람들 왜?
    신당합류 거론 인사들 잇따라 "안한다" 입장 밝혀
    안철수 '스카우트' 어려움?
    신당 구체 메시지 없고, 안철수 애매모호 스타일, '철새' 이미지 우려 등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 추진을 공식화 함에 따라 ‘안철수 신당’에 어떤 사람들이 합류할 지가 요즘 정치권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신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어떤 지에 따라 신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은 부지런히 인물 영입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최근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는 인사들 중 상당수가 “나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류(類)의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안 의원으로선 인재 영입이 한 사람이라도 아쉬운 판인데 답답한 노릇이겠죠. 말하자면 ‘스카우트’ 작업이 신통치 않은 셈입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월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공식화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기병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월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공식화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기병기자
    강봉균·장세환·정장선, “합류 안한다”
    최근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노(No)’라고 답한 사람은 여러 명입니다. 우선 민주당 3선 의원을 지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그렇습니다. 강 전 장관은 안철수 신당의 전북지사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초 안 의원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은 “의견을 구해와 자문을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신당 합류설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장세환 전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이름이 자꾸 오르내리자 이메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안철수 신당 합류 인사로 분류되고 있지만 신당에 합류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의 정장선 의원도 안철수 신당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신당 불참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장선 전 의원(왼쪽)과 강봉균 전 의원.
    정장선 전 의원(왼쪽)과 강봉균 전 의원.
    여권의 원희룡·정태근·정운찬도 “참여 안한다”
    여권에서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던 일부 인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참여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됐던 원희룡 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겠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개혁성향 전직 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 정태근 전 의원도 지속적으로 이름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신당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안 의원과 만난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총리도 안철수 신당 참여 여부에 대해 “그런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왼쪽)와 원희룡 전 의원.
    정운찬 전 총리(왼쪽)와 원희룡 전 의원.
    “훈련과 경험 부족해 보인다”, “신당 성공 가능성 낮다”, “’철새’ 오명 쓸지 모른다”
    이들은 왜 안철수 신당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본인들의 선택과 판단이겠죠. 하지만 이들의 말을 듣다보면 그 외에도 몇가지 이유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안철수 신당이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추석 즈음에 안 의원을 만났다는 여권 한 인사의 말입니다. “새정치를 갈망하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실체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 의원의 말은 너무 추상적이었다. 정치라는 건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안 의원이 앞으로 그런 의미의 정치 지도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 훈련과 경험이 부족해 보였다.” 선뜻 동참을 결정하기가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한국 정치 풍토에서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역시 안 의원과 만났다는 한 전직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인물 중심으로 신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만든 정당밖에 없다. 수많은 제3정당이 생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그 엄청난 금력(金力)을 갖고도 버티지 못했다. 그런데 안 의원이 정치적 토양도 없이 대중적 인기가 좀 있다고 해서 그 신당이 잘 된다는 보장이 있겠나.”

    영입을 당하는 입장에서 ‘철새’ 이미지를 걱정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민주당에 있던 사람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겠나.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생길 경우 민주당 지지율을 압도하는 상황인데도 쉽게 옮기지 못하는 한 이유입니다. ‘철새’ 이미지가 한번 박히면 두고두고 곤란을 겪을 수도 있으니까요.

    안철수의 애매모호 스타일
    안 의원의 ‘스타일’도 거론됐습니다. 안 의원을 만나 본 정치권 여러 인사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안 의원은 말을 두루뭉술하게 에둘러 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신당을 만들려고 하니 도와달라. 신당에서 이런 자리를 맡아 이런 역할을 해 달라’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듣는 사람이 속으로 ‘이게 뭐지. 믿을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안 의원 측 한 인사는 이런 안 의원의 스타일에 대해 “단점일 수도 있겠으나 기존 정치인과는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공수표(空手票) 남발하지 않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려는 신중한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안철수 신당의 스카우트 작업이 아직 큰 성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향후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안 의원이 인물 영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안 의원이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어떤 모습의 신당을 선보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