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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5 新중년] 6075票心 잡아야 승리… 連敗한 민주당, 시니어연구소 만든다

화이트보스 2013. 12. 9. 11:21

6075 新중년] 6075票心 잡아야 승리… 連敗한 민주당, 시니어연구소 만든다

  • 최승현 기자
  •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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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2.09 03:01

    [제2부] [6] 한국정치 '파워 집단'으로

    신문 정치면부터 읽는 세대 - 아들딸보다 정부정책 잘 알아
    지하철 노선 변경할 정도로 현안 터지면 단체행동도 불사

    '뒷방 늙은이'로 봤다간 낭패 - 정치 조직화·세력화 움직임
    "옛날처럼 선거때 경로당 찾아가 큰절하는 식으론 욕만 먹어"

    신(新)중년은 정치 분야에서도 이미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6075세대 유권자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고령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팽창해왔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높은 투표 참여로 정치를 이끈다.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반영시키기 위해 조직화·세력화 움직임을 보이는 '신중년'들도 있다. 이들을 잡지 못해 대선과 총선에서 연패했던 민주당은 '시니어 연구소'를 당내에 만들기로 했다.

    '행동하는 유권자' 6075세대

    서울 강남에 사는 장모(71)씨는 신문 정치면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종편 채널의 정치 관련 프로그램도 빼놓지 않고 본다. 정치 현안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 검색으로 바로 확인한다. 부동산·세금·연금 등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30~40대 아들딸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 매주 월요일 대학 동창 모임 때도 정치 이야기가 단골 메뉴다. 장씨는 "작년 대선 때 우리 또래가 적극 지지한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보며 '우리가 찍으면 된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60세 이상 ‘신(新)중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대선과 총선 등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작년 대선 당시 투표소에 늘어선 신중년들의 모습
    60세 이상 ‘신(新)중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대선과 총선 등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작년 대선 당시 투표소에 늘어선 신중년들의 모습. /성형주 기자
    6075세대는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활 정치' 사안이 터지면 단체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이모(69)씨는 "신중년 모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직접 따진다"고 했다.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내 공원 아래로 지하철 노선이 지나갈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졌을 때 매일 아침 이 공원에 모여 함께 운동하던 6075세대가 지역구 의원을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 의원은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고 결국 지하철 노선이 변경됐다고 한다.

    이씨는 "우리 또래는 젊은 세대에 비해서 같은 지역에 붙박이로 오래 살면서 이웃에 이런저런 말을 퍼뜨리고 투표도 빼놓지 않고 하니까 정치인들도 우리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정치 조직화를 시도하는 신중년도 등장하고 있다. 거리 집회와 시국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정체성 수호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서울 종묘공원에 모이는 노인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출범한 이 단체는 현재 회원이 1700여명이며 시국 강연과 거리 집회 때마다 400~500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작년 총선 때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김 후보 사무실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세대 김동대 교수는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미국에서는 은퇴자협회가 40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등에 업고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등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건강과 경제력을 갖춘 신중년 계층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치 세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시니어 연구소 만들기로

    신중년 계층은 정치도 바꾸고 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분당 갑)은 "옛날처럼 경로당에 찾아가 큰절하는 식으로는 표는커녕 욕만 먹는다"며 "재능나눔, 정책제안 등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참여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농촌 지역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인사 잘하고, 먹을 거 사드리는 식으로 접근했다가는 꾸지람만 듣는다"면서 "예전에는 '노인층에게는 단순 메시지 반복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요즘 6075세대는 건강할 뿐 아니라 정치적 관심이나 경험도 많기 때문에 젊은 층보다 더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60대 안팎 '신(新)중년' 세대를 겨냥한 정책 개발을 위해 이달 중 '시니어 연구소'라는 새로운 조직을 당내에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장·노년층 관련 연구 조직을 만들기는 처음이다. 20~40대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신중년층 유권자들이 외면해 최근 선거에서 연패(連敗)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최근 출간한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도대체 어떤 점이 5060세대를 저와 민주당으로부터 그토록 멀어지게 만들었는지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세대 간 균열을 치유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5060세대로부터 균형 있는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게 절실하며 그게 민주당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최근 야권 지지율이 계속 지지부진하고 '스윙 보터(swing voter·부동층)'들도 보수 쪽에 치우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신중년의 역할이 컸다"면서 "신중년은 민주화 이후에 투표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경험하며 '정치의 맛'을 본 세대이기 때문에 '일상의 정치'를 중심으로 정치 참여 의지가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