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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박용만 두산 회장에 한 남자가 "그러다 먼저 간다"고 했더니…

화이트보스 2013. 12. 9. 16:33

'주당' 박용만 두산 회장에 한 남자가 "그러다 먼저 간다"고 했더니…

  • 박세미 기자
  • 입력 : 2013.12.09 15:52 | 수정 : 2013.12.09 15:54

    
	박용만 회장 서울주보 캡처
    박용만 회장 서울주보 캡처
    한때 재계에 소문난 ‘주당(酒黨)’이었던 박용만(58)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술을 거의 끊다시피 한 ‘절주(節酒)’ 과정을 솔직하게 밝혀 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사보(社報)나 경제지가 아닌,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이달 8일 발간한 ‘서울주보’에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발간된 서울주보 1931호 ‘하느님의 메시지’란 제목의 글에서 1982년 두산그룹 입사 전까지만 해도 거의 술을 못 대다 ‘주당’이 되기까지의 사연과 또 주당에서 절주자로 돌아서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박 회장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 기고문에서 박용만 회장은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술을 거의 못 먹었다. 맥주 서너 모금만 마셔도 온몸이 홍당무가 되고 심장이 뛰곤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난 후 술자리를 피하는 것은 거의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박용만 회장은 “그렇게 마시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며 “주량이 약한 사람이 급격히 주량을 늘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나름의 고충을 언급했다.

    이어 박용만 회장은 “지금은 술을 너무 잘 먹어 걱정인데, 심지어는 좋아서 찾아 마시는 정도까지 되어버렸다”며 “나이가 들고 성인병도 생기니 술을 줄이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는데도 갖은 핑계를 대면서 술 마시는 기회를 만들곤 했다”고 했다.

    이런 그가 ‘절주(節酒)’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박용만 회장에 따르면, 그는 몇 해 전 월드컵 시즌 일본에서 온 손님을 만나러 부산에 갔다고 한다. 마침 그날이 월드컵 경기날이라 박용만 회장도 손님과 지하 바(Bar)로 내려가 대형 텔레비전 앞에서 응원을 했다. 그는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기분 좋게 취해서 우리 팀 경기를 응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던 중 자신을 알아본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용만 회장의 글에서 발췌한 대화이다.

    “어이! 거 우리옆 테이블 글마 봤나?” “누구?” “자세히 보이께네, 그 두산 회장 박용만인가 그 친구인갑다.” “어! 그래? 확실해?” “맞다. 틀림없다. 우와 근데 글마 첨부터 끝까지 폭탄주로만 마시삐네. 한 술하는갑다. 술 억수로 잘 마시삐네.” “뭐 글카다 고마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

    이에 박용만 회장은 “더 듣고 있기가 민망해서 돌아서며 ‘제가 박용만입니다. 고마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술 좀 줄여야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와 생각했다. 정말 이러다 큰일이 나지 싶었다”며 “‘그러다 하느님이 얼른 데려 가시겠지’라는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용만 회장은 “그때부터 강제로 마시는 술을 줄였고 지금은 술을 거의 안 마시는 정도”라며 “회사에서도 ‘음주 민주주의’를 회식자리에서의 기본 철학으로 정립하여 싫은 술 억지로 권하지 않고 과음하지 않도록 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건강으로 직접 혼이 나고 정신을 차리는데, 나에게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하는 두 분의 입을 빌려 하느님께서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글은 박용만 회장이 서울대교구 측 요청을 받아들여 기고한 것으로, 박용만 회장은 이달 말까지 총 네 차례 자신의 경험담 등을 기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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