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2 03:05
[올해 꼭 통과시켜야 할 10대 법안] [5·끝] 경영판단시 배임죄 처벌 안해야
- 실제 손해 안 난 미수까지 처벌
기업인 배임죄 무죄율 15.6%… 일반 범죄보다 7배 이상 높아
- 財界 "법에 예외사유 명시해야"
기업인들, 정당하게 한 결정도… 처벌될 수 있다는 불안 시달려
지난해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죄목은 배임이었다. 김승연 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돈으로 다른 부실 계열사를 지원, 3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 회장 측은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판단'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최근 검찰 소환조사를 받거나 구속된 효성·한화·SK·CJ·태광·KT 등 대기업 총수들의 죄목엔 모두 '배임죄'가 포함돼 있다. 작년부터 몰아친 경제 민주화 바람으로 기업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이어지자, 기업인들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경영자들을 처벌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배임죄 규정을 이번에는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학자들도 처벌 조건이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평가받는 배임죄의 예외가 인정되는 사유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벌 조건도, 형량도 모호한 배임죄… 불만 높은 기업인들
배임죄가 기업인들 사이에 불만의 표적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지가 모호한 데다, 2009년부터 시행된 양형 조건(형량을 정하는 조건)도 너무 엄해 "기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했다고 해도 처벌을 안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비판이 재계에서 나온다.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처벌 조건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반하고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취득하려)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이런 조건이 적용되는 주체(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넓고, 규제 요건(임무를 위반)이 추상적이며,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도 처벌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요건에 맞춰 법을 적용하다 보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기업에 손실이 생긴 경우라도 쉽게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배임죄가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 비율이 유독 높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9년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율은 2.2%지만, 형법상 배임죄는 8.3%,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대부분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의 무죄율은 15.6%에 달한다.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배임죄의 무죄 비율이 일반 범죄의 7배에 이른다는 얘기다. 강동욱 한국법정책학회 회장(동국대 법대 교수)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면 기업인에게 배임죄를 적용해 처벌할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상당수 최고경영자(CEO)가 배임죄로 경영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곧 기업가 정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조문과 함께 엄한 처벌 잣대도 원성을 사고 있다. 2009년 시행된 횡령·배임에 관한 양형 기준에 따르면 손실금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5~8년을 기본으로 한다. 1년에 수십조원을 움직이는 대기업은 조금만 실수를 해도 중형을 선고받는 게 불가피한 셈이다. 재계는 300억원이 상대적으로 큰 액수가 아닐 수 있는 데다, 기업 총수의 실형은 곧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형량이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재계 "경영상 판단이면 배임죄 적용 말아야"
재계는 이 같은 배임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예외 사유를 법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충남 아산)은 "경영상 판단으로 회사에 손실을 일으킨 경우에는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황이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해도 그 행위가 정상적인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면 배임죄로 몰아 처벌하는 경우를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인들은 정당한 경영상 결정도 나중에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준법 지원인, 사내 법무부서를 통해 충분히 검토를 거친 의사결정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에 대해 면책을 인정하는 취지는 법원이 이미 판례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강성진 변호사는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인이라면 처벌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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