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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요? 아파트에 불길 피할 '칸막이·대피공간' 있다는 사실

화이트보스 2013. 12. 14. 13:13

아세요? 아파트에 불길 피할 '칸막이·대피공간'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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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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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화재 일가족 4명, 칸막이 존재 몰라 참사…
    알았더라도 세탁기·선반에 막혀 탈출 힘들었을듯
    - 탈출 칸막이, 대부분 '무용지물'
    옆집과 맞닿은 베란다 얇은 판, 주민들 "건물 대충 지은 줄 알아"
    소음 막으려 짐들로 막아놔… 안내문구나 표시등도 거의 없어
    - 대피공간은 '보일러실'로 사용
    잡동사니 넣어두는 창고로 변질, 불나면 한명 들어갈 공간도 안나

    지난 11일 주부 홍모씨와 세 어린이가 숨진 부산의 한 아파트 화재 사고는 이 아파트에 설치된 '경량 칸막이'만 제대로 활용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량 칸막이는 아파트 베란다 끝, 이웃집 쪽에 설치된 두께 8㎜ 정도의 얇은 벽이다. 석고 같은 잘 부서지는 재질로 만들기 때문에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로 세게 차거나 망치 등 둔기로 두드리면 쉽게 부서진다. 홍씨 집은 복도식 아파트 맨 끝으로 경량 칸막이를 부수면 옆집 베란다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홍씨는 경량 칸막이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량 칸막이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홍씨 집의 경량 칸막이 앞에는 세탁기와 선반이 설치돼 있었고, 이 경량 칸막이 너머의 이웃집에서도 똑같은 위치에 세탁기를 설치해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에 대비한 시설을 마련해뒀지만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평상시에도 이를 세탁기나 붙박이장 등으로 막아 놓은 가구가 많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량 칸막이'와 '대피 공간'은 생명과 직결되는 시설

    자신의 아파트에 경량 칸막이가 설치됐는지를 알아보려면 손으로 두들겨보면 된다. 다른 벽과 두께와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통통' 소리가 난다. 1992년 7월 건축법 개정 후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3층 이상 가구에 경량 칸막이를 설치하게 돼 있었다. 다만 '임의조항'으로, 꼭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1992년부터 2005년 사이에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의 65%가량에만 경량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5년 건축법 재개정 때는 화재시 한 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방화문을 단 '대피 공간'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 대피 공간이 마련돼 있다면 경량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따라서 2005년 이후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대부분 경량 칸막이가 없고 대피 공간이 있다.

    짐들로 막혀있는… 베란다의 ‘탈출 칸막이’…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 경량 칸막이 앞에 짐이 가득 쌓여 있다. 경량 칸막이는 화재 등 비상시에 발이나 주먹으로 부수고 옆집 베란다로 탈출할 수 있도록 얇게 만들지만, 많은 시민은 경량 칸막이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세탁기나 짐으로 막아놓고 살고 있다
    짐들로 막혀있는… 베란다의 ‘탈출 칸막이’…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 경량 칸막이 앞에 짐이 가득 쌓여 있다. 경량 칸막이는 화재 등 비상시에 발이나 주먹으로 부수고 옆집 베란다로 탈출할 수 있도록 얇게 만들지만, 많은 시민은 경량 칸막이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세탁기나 짐으로 막아놓고 살고 있다. /윤동진 객원기자
    그러나 이 대피 공간도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게 돼 있는 경우가 많다. 2010년 국토부는 대피 공간에 표지판을 설치하고 보일러실이나 창고 등으로 쓰지 못하게 고시로 규정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 "건물 대충 지어 얇은 줄 알았다"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은 경량 칸막이나 대피 공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안내 문구'나 '표시등'이 설치된 곳도 거의 없었다. 작년까지 서울 금호동 D아파트에 살았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옆집과 맞닿은 베란다 쪽 벽이 얇은 판으로 돼 있기에 대충 지어서 그런 줄 알았다. 이웃집 소음을 막기 위해 박스와 짐을 쑤셔넣어 단단하게 고정해 뒀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동 S아파트에 사는 엄모(55)씨 역시 "베란다 끝 작은 방에는 쓰지 않는 무거운 가구나 청소 도구를 쌓아뒀다"며 "'비상시를 위해 짐을 치워두라'는 얘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피 공간은 통상 보일러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서울 한남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정모(여·28)씨는 "부산 화재 참사 이후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물어보니 보일러실이 '대피 공간'이라고 하더라"며 "사람 한 명도 못 들어가게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는데 아찔했다"고 말했다.

    경량 칸막이, 대피 공간의 특징 및 문제점 비교 그래픽
    국토부는 지난 1월 주거 시설의 경량 칸막이 및 대피 공간 관리 실태에 대해 점검하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부산시는 지난 2월 "경량 칸막이 등 피난 통로 등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국토부에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조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매해 주거시설 화재로 사망하는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하는 만큼, 화재시 대피 수단에 대해 정부가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발생한 화재 4만3247건 중 24.7%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자 257명 중 69.26%인 178명 대부분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 주택에는 '화재시 이 벽을 파괴하고 넘어가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문구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량 칸막이가 쉽게 부술 수 없을 정도로 두껍게 설치돼 있는 경우도 많다"며 "계도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경량 칸막이를 막고 있는 붙박이장이나 짐을 치워두게 하고, 대피 공간에 보일러를 설치하면 건물주에게 제재를 가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