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건 1심 무죄…박 의원 "악연 끊고 싶다", 검찰 "항소한다"
저축은행 두 곳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박지원 의원(71)이 지난 24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금품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과 상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는 무죄 선고 직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때 대북송금 특검에서 고초를 겪었고, 이명박 정부에서 한화, 태광, 씨앤, 고려조선, 양경숙씨, 저축은행까지 6번의 고초를 겪었다”며 “검찰과의 11년 악연(惡緣)을 오늘로 끊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무죄 선고 직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때 대북송금 특검에서 고초를 겪었고, 이명박 정부에서 한화, 태광, 씨앤, 고려조선, 양경숙씨, 저축은행까지 6번의 고초를 겪었다”며 “검찰과의 11년 악연(惡緣)을 오늘로 끊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 24일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나를 제거하려는 정치 검찰의 행태는 종식돼야”
그는 정말 깨끗한데 검찰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한 것일까? 야당의 ‘검찰 공격수’ 역할을 해온 그에게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자주 들이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몇 사건에선 아직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박 의원과 검찰의 악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북 송금 사건’을 맡았던 송두환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박 의원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대북사업 추진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특검은 “2000년 4월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받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박 장관(당시 문화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고, 이를 무기거래상 김영완씨가 세탁한 혐의도 잡았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가 출국하면서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특검 기간도 연장되지 않았다. 특검은 박 의원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으로만 기소하고, 뇌물 수수 부분은 대검 중수부로 넘겼다.
- 2003년 10월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함께 참석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왼쪽)과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
파기환송심을 거쳐 2006년 9월 대법원은 150억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그 사이 검찰이 금호그룹과 SK그룹으로부터 각각 3000만원,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 의원을 추가로 기소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 박 의원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석연치 않은 150억원
여기서 석연치 않은 것은 150억원 부분이다. 검찰은 당시 150억원 중 120억원을 압수해 은행 보관금 계좌에 넣어두었다. 뇌물 사건에서 압수한 돈은 무죄가 선고되면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선 박 의원과 김씨가 모두 “내 돈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돈이 허공에 떠버렸다. 범행은 있는데, 범인은 없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돈은 10여년간 주인을 찾지 못하다 지난 5월에야 국고로 귀속됐다. 끝내 미스터리로 남은 것이다.
- 2004년 5월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이 대북 불법송금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휠체어에 탄 그는 안대와 마스크를 했다.
검찰과의 공방
박 의원은 야당의 대표적인 ‘검찰 공격수’가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하며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그의 낙마를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출입국 자료를 입수해 천 후보자가 사업가 박모씨와 2004년, 2008년 같은 날 두 차례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을 폭로했고, 천 후보자 부인 등 가족의 면세점 구매 리스트도 공개했다. 그의 폭로는 천 후보자 사퇴의 결정타가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박 의원은 한화, 태광, 씨앤(C&)그룹 비자금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 때 이름이 거론됐다. 지난해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양경숙씨 사건에서도 이름이 회자됐다. 전남지역 조선업체인 고려조선 대표의 횡령사건에서도 그가 연루됐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이 중 박 의원이 기소된 것은 저축은행 사건이 유일했다. 때문에 박 의원 측에선 검찰이 박 의원을 표적 수사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물론 “표적 수사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몇몇 사건에선 검찰이 박 의원을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는데도 검찰 밖에서 설(說)이 흘러 나온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사건 1심 선고 직후 “검찰과의 악연을 끊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오랜 악연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재판부의 선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즉각 항소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