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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 하루 3시간 수면…너무 꼼꼼한 성격도 문제

화이트보스 2013. 12. 27. 10:50

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 하루 3시간 수면…너무 꼼꼼한 성격도 문제

  • 최재혁 블로그
    정치부 차장
    E-mail : jhchoi@chosun.com
    조선일보 정치부에서 청와대를 취재하고 있다. 17년 간 기자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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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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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다섯번 해외순방을 다녀왔다. 순방 때의 메인 이벤트는 물론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이 없는 날도 박 대통령은 매일 많게는 3~4개씩의 현지 일정을 소화하는 편이다.

    일정이 많다 보니 수행원들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졸기도 한다. 순방을 거듭할수록 박 대통령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해외에 나갔을 때 박 대통령의 하루 수면시간은 얼마나 될까. 청와대 관계자들은 “길어야 3시간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시차 때문에 못 주무시는 탓도 있지만 대통령의 ‘성격’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베트남 국빈방문을 위해 세 번째 해외순방길에 오르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베트남 국빈방문을 위해 세 번째 해외순방길에 오르고 있다./뉴시스
    측근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매사 완벽하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한 참모는 “가령, 30분짜리 외교행사를 위해 그 3배인 1시간 30분을 준비한다”며, “다음날 일정과 관련해 전날 밤 올라간 보고서를 읽느라 잠자는 시간을 줄인다. 정상회담 전날은 더 그럴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첫 순방지인 미국에서 박 대통령은 감기 증세로 고생한 일도 있었다.

    이런 박 대통령의 성격과 관련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가 전한 일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어려운 일이다 싶으면 잘 하지 않으려 했다.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선거 로고송인 ‘행복을 주는 사람’을 직접 불러야 했다. 처음엔 ‘꼭 해야 하느냐’고 주저하다가 녹음실로 나왔는데 일사천리로 쉽게 녹음을 마쳤다. 미리 연습을 좀 한 눈치였다.”

    당시 로고송 말고도 박 대통령이 ‘거위의 꿈’이란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을 홍보 동영상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거위의 꿈’은 오래 전부터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 연결음이기도 하다)

    “어린이 합창단 속에서 박 대통령이 피아노로 ‘거위의 꿈’을 연주하자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주저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연락이 와서 ‘거위의 꿈’ 악보가 박 대통령에게로 전달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박 대통령은 피아노를 곧잘 치는 걸로 안다. 그런데 어쨌든 당시 대선일정이 빡빡해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여주기 꺼렸던 것 같다.”

    최근 청와대 내에선 “대통령 순방 일정을 좀 더 느슨하게 짤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꼼꼼한 성격을 바꿀 순 없으니 일정 수(數)를 줄여 대통령에게 여유를 주자는 뜻인 셈이다. 과거 대통령 사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해서도 일정이 많은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셔틀 외교’라고 해서 짧은 일정으로 자주 해외 순방을 했었다.
    지난 9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7박 8일 일정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7박 8일 일정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5차례의 해외 순방에서 박 대통령은 대개 토요일 또는 일요일 귀국했다. 나라 밖에서 허비되는 시간을 줄이자는 차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순방을 거듭할수록 체력 회복에 시간이 걸리면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하는 월요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건너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에도 적잖은 순방일정이 잡혀 있다. 그때 일정을 줄이자는 논의가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대통령의 순방 일정은 외교라인이 주관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이 행사에는 VIP(대통령)가 꼭 참석해야 합니다”라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박 대통령은 뿌리치지를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편, 올 한해 박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제인은 총 336명이었다. 중국이 71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미국 순이다. 미국, 중국 순방 때는 경제계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경제인 순방단을 꾸렸고 베트남 순방 때부터 청와대에서 직접 사절단을 선발했다. 수행 경제인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자 중소·중견기업인 참여를 넓혔다.

    박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표방하면서 경제 라인들은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기 위해 많이 뛰었다. 체결된 양해각서(MOU)만 해도 선진국(24건), 신흥국(39건) 포함해 63건으로 집계됐다. “양만 많고 실속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청와대는 얼마 전에 MOU의 내용과 후속 조치를 알려주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