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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에 대해 말바꾼 정치인들

화이트보스 2014. 1. 6. 11:26

철도 파업에 대해 말바꾼 정치인들

  • 이진석
    경제부 차장
    E-mail : island@chosun.com
    마징가Z의 조종사가 쇠돌이라고 믿고 자란 세대다.1968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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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1.05 22:27 | 수정 : 2014.01.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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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에 걸치 역대 최장 철도 파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한마디로 하면,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속담이 적격이다. 제 사정이 급할 때는 다급하게 굴다가 제 할 일 다하면 마음이 변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민주당 정치인들이 과거 집권 당시에는 180도 다른 말을 했기 때문이다.

    114년간 경쟁의 무풍 지대가 이어지고 있는 국영 철도 체제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지난 20년간 역대 정부마다 예외없이 추진했던 해묵은 숙제지만, 국민의 발과 산업을 마비시키는 노조의 파업에 번번히 가로막혔다. 민주당도 집권당이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민영화, 공사화를 추진하면서 개혁에 나섰고, 철도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서는 철저하게 노조 편에 서서 정부를 공격했다.
    [사진] 22일간의 파업을 마친 철도노동자들이 31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모여 결산집회를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사진] 22일간의 파업을 마친 철도노동자들이 31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모여 결산집회를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민주당,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철도 민영화 추진

    김대중 정부는 공공 부문 개혁 차원에서 철도를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건설교통부 업무 보고에서 “철도 민영화는 1980년대부터 거론됐으니 금년에는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철도 노조가 2002년 2월 25일부터 3일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의 어록은 이렇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2002년 2월 대변인 브리핑에서 “민영화는 원칙적인 방향이며, 정부의 입장과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당내 대선 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지난해 철도 분야의 경우 68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민영화가 바람직하며 그 과실을 철도 종사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2001년 2월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민주당 이낙연 의원.
    2001년 2월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민주당 이낙연 의원.
    이낙연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철도 민영화의 원칙을 견지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했고, 강봉균 전 의원은 “세계적으로 철도 운영 민영화는 대세로 우리만 변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기남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은 지난 1998년 7월 3일 “기획예산위원회가 공기업 민영화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신기남, 이낙연 의원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고, 박선숙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난 2012년 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왜 이리 강경한가? 물리력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5일 오전 국회의사당 의원식당에서 열린 국회 메니페스토 연구모임 발족식에 참석한 문재인의원.   /전기병기자.gibong@chosun.com
    5일 오전 국회의사당 의원식당에서 열린 국회 메니페스토 연구모임 발족식에 참석한 문재인의원. /전기병기자.gibong@chosun.com
    그러나 시곗바늘을 돌려보면 문 의원의 입장은 달라진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3년 6월 28일 철도 공사(公社)화에 반대한 철도 노조가 4일간 파업에 나서자 곧바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 시작 3시간 만에 경찰을 투입해 노조원 1500여명을 연행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 의원은 고건 당시 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공무원 신분으로 불법 파업을 벌여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소지가 없어 조기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었다. 또 여러 정부 회의에서 "이번 철도 파업은 정부를 길들이려는 정치 파업으로 보인다"고 했고, "대화에 의한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에도 불법 행위에는 반드시 사후 조치로 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철도 노조를 상대로 97억원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철 코레일 사장의 강경한 노조 대응

    집권 당시에는 노조에 강경했던 문 의원이 현 정부에는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입장 변화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10년 전 철도노조 1차 파업 때 대화를 통해 노사정 합의, 2개월 후 강경파 주도의 2차 파업 때 공권력 투입"이라며 "그때는 대화가 먼저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공사화 방침에 따라 설립된 코레일은 파업에 대해 강경 일색으로 대응했다. 2005년 1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초대 사장을 지낸 이철 전 의원은 2006년 3월 ‘해고자 전원 복직’과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철도 노조가 나흘간 파업에 들어가자 파업 참가자 2244명에게 무더기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2005년 10월 5일 한국철도공사 국감에서 이철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2005년 10월 5일 한국철도공사 국감에서 이철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 전 사장은 파업 사흘째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대량 징계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강력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07년 12월 철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려다 철회했을 당시에는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가 정치 파업을 하려 한다”면서 “부당한 요구에 굴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사장은 그러나, 이번 파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하는데, 정당하다”고 말했고, 철도노조에 “마지막 승리는 그대들의 것”이라는 격려 메시지와 함께 후원금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