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06 03:02
[4] 통일비용 공포 벗어나자
-獨 홀트만 교수의 조언
統獨후 동독 전역서 건설 붐
서독, 1600만명 내수시장 얻어… 동독민 90% "과거 회귀 싫다"
北, 동독보다 시장경제 익숙… 한반도 통일의 큰 강점될 것
에버하르트 홀트만(Holtmann· 68·사진) 독일 할레대 사회연구센터소장은 작년 11월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은 진정 거대한 모험(great adventure)이겠지만 엄청난 기회(tremendous chanc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찾아갔을 때 마침 정세현 전(前) 통일부장관과 통일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었다. 홀트만 교수는 한국에서 강연 활동도 하고 우리 통일부와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20~30대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반도 통일은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 논의가 시작된 직후 동독의 사회간접자본 재건을 위한 공무원만 1만명이 추가로 필요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일과 관련해 경제, 법, 행정, 사회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막대한 통일 비용이 들었고 이것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았나.
"독일 정부는 동독 주민이 서독으로 넘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서독 수준의 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서독 화폐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던 동독 화폐도 1대1로 교환했다. 이것이 재정을 악화시켰다. 그러나 서독이 통일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에선 독일 통일 비용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경우 20~30대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반도 통일은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 논의가 시작된 직후 동독의 사회간접자본 재건을 위한 공무원만 1만명이 추가로 필요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일과 관련해 경제, 법, 행정, 사회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막대한 통일 비용이 들었고 이것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았나.
"독일 정부는 동독 주민이 서독으로 넘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서독 수준의 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서독 화폐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던 동독 화폐도 1대1로 교환했다. 이것이 재정을 악화시켰다. 그러나 서독이 통일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에선 독일 통일 비용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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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석 기자
"동독 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은 낙후됐고, 동독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낮았다. 이것이 기업 입장에선 호재였다. 부족한 사회기반시설과 주택을 짓기 위해 동독 전역에서 건설 붐이 일었고, 생활수준이 낮았던 동독 주민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여윳돈이 생겨 더 많은 물품을 구입했다. 서독 기업들은 인구 1600만명의 거대 내수 시장을 얻었다. 독일 실업률은 현재 약 5%대로 유럽 지역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통일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 셈이다."
―통일 직후 동독 지역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도산하는 동독 기업이 속출하고, 실업률은 20%대까지 치솟았다.
"동독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익숙해졌던 동독 기업들은 서독의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독 지역 실업률은 10%대로 낮아졌고, 동독지역 도시들이 경제 중심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동독 지역 주민들은 통일 후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통일에 대한 반감이 커졌던 것으로 안다. 과거 동독을 그리워하는 '오스탈기(Ostalgie)'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동독 지역에 서독 수준의 복지 정책을 편다고 해도 동독 주민이 서독 주민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설문 조사를 해 보면 동독 주민들의 90% 이상이 옛날 동독 사회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독일 주민 대부분이 '독일 통일은 성공의 역사'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과 비교해 한반도 통일의 강점은?
"북한 사회가 과거 동독에 비해 기술 수준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시장 경제엔 더 친화적이다.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얼마만큼 익숙해져 있느냐 하는 문제는 얼마만큼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만큼 중요하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조언한다면?
"독일은 통일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위험 요소가 많다는 걸 알았지만 통일을 실행에 옮겼다. 통일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국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의 창'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 문제 외에도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이 곧 경제 해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홀트만 교수는] 統獨 특별연구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1992년부터 독일 할레대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이후 할레대 사회과학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1년부터 12년간 진행된 독일 통일 특별 연구 프로젝트 ‘SFB 580’ 총괄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현재 독일연구협회에서 독일 통일 경험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 "獨, 준비 없는 통일로 지출 컸지만 이득이 훨씬 많아" 베를린(독일)=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