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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요동은 조선 땅"
지해범(조선일보 동북아시아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백두산 장백폭포/사진=지해범>
20여년 전 한·중 수교 직후 백두산 관광 열기가 뜨거웠다. 연변에서 용정·화룡·이도백하를 거쳐 구불구불 흙길을 한나절 넘게 달리는 여정이었지만 백두산 자락만 보여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천지를 내려다보는 정상에서 누군가 태극기를 꺼내자 모두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만주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백두산을 넘어 요동반도와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인을 떠올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불법복제-전재금지]
▶중국 당국이 한국인 관광객을 부쩍 감시하게 된 것이 그 즈음이었다. 천지에서 태극기를 꺼낼라치면 중국 보안 요원이 재빨리 압수해 갔다. 연변에서 열기로 한 한국 가수 공연도 갑자기 취소됐다. 훗날 조선족 동포 학자가 사정을 얘기해줬다. 중국에 온 한국인들이 조선족과 어깨동무를 하고 "만주는 우리 땅"을 외친다는 얘기에 공산당 지도부가 크게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동북 3성(省) 역사를 중국 것으로 만드는 동북공정(工程)이 시작됐다고 했다.
▶중국어에서 구(句)는 '쥐'로 발음하지만 가끔 '고우'로 읽을 때가 있다. 고구려(高句麗·가오고우리)를 약칭으로 부를 때다. 중국은 고구려와 구려(句麗), 고려(高麗)를 같은 뜻으로 섞어 써 왔다. 90년대만 해도 중국어 사전들은 '고구려'를 '조선 고대국가'라고 설명했다. 고구려가 한민족 역사임을 인정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고대 변방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 정권'이라고 바꿨다. [불법복제-전재금지]
<김일성과 주은래>
▶중국이 고구려사(史)에 욕심을 내는 것은 만주 땅에 대한 한민족의 연고권 주장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마당에 마오쩌둥이 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 "요동은 원래 조선 땅"이라고 한 말들이 공개됐다. 중국 외교부가 펴낸 마오 발언록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찾아냈다. 마오는 64년 베이징에서 북한 최용건에게 "당신들 경계는 요하(遙河) 동쪽(요동)인데, (중국) 봉건주의(왕조들)가 조선 사람을 압록강변으로 내몬 것"이라고 했다.
▶저우언라이 총리도 63년 조선과학원 대표단을 만나 "두만강·압록강 서쪽이 유사 이래 중국 땅이라거나 조선은 중국 속국이었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마오와 저우의 발언은 중국이 밀어붙이는 동북공정을 흔드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만주 땅은 우리 땅"이라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중국은 경계심을 키우고 한반도 통일을 꺼리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토 회복' 구호가 아니다. 13억 중국인의 마음과 시장을 얻는 '문화·경제 영토 확장'이다./지해범(조선일보기자) [불법복제-전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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