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10 03:01
[왕이 외교부장 "中 문 앞에 혼란 不許… 그게 우리의 레드라인"]
①언덕論 - 가파른 언덕 오르는 것처럼 비핵화 힘들지만 중단 안할 것
②구덩이論 - 美·北 간 '신뢰 부족' 구덩이, 中은 중재… 해결은 양국의 몫
③正道論 - 문제 해결 正道는 대화… 6자회담 빨리 재개해야
④레드라인論 - 北의 무력 도발도 안되지만 붕괴로 인한 탈북사태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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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레드 라인(금지선)’이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만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미국과 북한 간의 불신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화 뉴시스
그는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을 '언덕을 오르고, 구덩이를 건너, 정도(正道)를 걷는 것'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레드 라인(red line·금지선)'이 있다고 말했다.
◇언덕론(論)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것으로 봤다. 한반도 문제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북한핵 문제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난제(難題)의 근원"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만이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주변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왕 부장은 "(비핵화란) 언덕이 아무리 길고 경사가 급해도 우리는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가 일본·대만의 핵개발을 자극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은 중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은 물론 통일의 꿈에 가장 큰 장애가 된다.
◇구덩이론
왕 부장은 한반도 관련국 간에는 '신뢰 부족'이란 구덩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북 간에는 신뢰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조성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며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 가자"고 말했다.
중국은 핵 문제 등에서 미·북 간에 중재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미·북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북은 물론 남북 간에도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에는 신뢰가 부족하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6자회담이 계속 공전(空轉)하는 것도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으로 본다. 한·미는 북한의 선(先)행동을 요구하지만, 북한은 뭘 믿고 먼저 행동하느냐는 입장이다.
◇정도(正道)론
그는 '대화'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도(正道)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정책은 긴장을 불러오고, 전쟁은 더한 재난을 조성할 뿐"이라고 했다. 특히 왕 부장은 중국이 의장국인 6자회담을 통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대화를 안 하는 것보다는 어떤 대화라도 하는 게 낫고, 어떤 대화라도 늦게 하는 것보다는 일찍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제1원칙은 '안정'이다.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을 때까지 안정된 환경에서 국력을 키우려고 한다.
◇두 가지 레드라인론
왕 부장은 이날 "중국의 문 앞에서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의 무력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붕괴해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생하는 것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했었다.
왕 부장은 중·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역사·영토 문제에선 어떤 타협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일본 총리 등이 현재 중·일 관계를 1차대전 직전의 유럽 상황과 비교한 것에 대해 "2014년은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과 다르고 (청일전쟁이 일어난) 1894년과는 더욱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1차대전 이전의 독일을 거론하기보다 2차대전 이후의 독일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군비를 증강하던 독일이 아니라 과거사를 반성한 독일을 주목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