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탄수화물이 인류를 멸망시킨다

화이트보스 2014. 4. 22. 10:38

음식물이 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위체류시간이라고 한다. 이 위체류시간이 짧은 음식을 일반적으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고기·생선, 밥·면류 중에서 어느 쪽이 위체류시간이 짧을까? 일반적으로는 ‘밥·면류는 소화가 잘되고, 고기는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고기나 생선과 같은 단백질은 위산에 의해 금세 소화돼 소장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위체류시간은 수십 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밥이나 면류는 위산으로는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위에 머무른다. 그러니까 세간에 알려져 있는 ‘밥이나 우동은 소화가 잘된다’는 상식은 잘못된 것이다. -20쪽

식사의 기본은 ‘흰쌀밥과 흰쌀밥을 맛있게 먹기 위한 반찬’이고 이는 수백 년간 이어져왔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인들의 식의 원점이다. 지금까지 흰쌀밥을 맛있게 먹기 위한 반찬을 만드는 다양한 노하우가 축적돼 세대를 초월해 계승돼왔다. 이렇게 수백 년 동안 축적돼온 것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것이 당질 제한이다. 마치 밥상을 엎는 것이나 다름없다. -39쪽

콜라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품 355㎖에는 39g, 590㎖에는 65g, 1ℓ에는 108g의 당분이 들어 있다. 이를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각각 약 10개, 약 17개, 약 27개가 된다. 청량음료로 유명한 한 상품 590㎖에는 당분이 77g 각설탕 약 20개, 한 에너지 드링크 음료 250㎖에는 27g이 들어 있다. 각 상품별로 각설탕의 양을 확인하는 순간 모두 놀랐을 것이다. ‘590㎖에 65g의 설탕이 들어 있다’고 하면 감이 잘 오지 않지만 ‘590㎖에 약 17개의 각설탕이 들어 있다’고 하면 누구나 이게 보통 양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콜라 590㎖를 한숨에 마시는 것은 각설탕 약 17개를 한숨에 먹는 것과 같고, 각설탕 약 17개를 한 번에 먹으면 혈당이 급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설탕 덩어리, 설탕에 절인 음료라 할 수 있다. -45쪽

설탕은 짧은 휴식 시간 동안 피로를 해소시키는 마법의 약이었다. 사실 설탕을 섭취하면 피로감은 사라지고 공복감도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산업혁명기 공장주들은 휴식 시간이 되면 노동자들에게 설탕이 든 홍차를 제공했다. 왜냐하면 여러 번 우려내 멀건 홍차도 설탕을 듬뿍 넣기만 하면 노동자들의 피로는 회복되고 다시 장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주들에게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 노동 의욕을 높이는 것보다 상당히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었다. 서인도제도의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에게도 사탕수수를 짜고 남은 찌꺼기에 들어 있는 소량의 당분은 피로해소의 특효약이었다. 그 약간의 단맛은 과혹한 노동이라는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었다. -123쪽

포도당의 단맛을 한 번 알게 되면 그 마력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일본에서도 ‘단것 먹는 배는 따로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단것은 그만큼 강렬한 미각이며 강력한 습관성을 낳는다. 이는 처음에 맥아의 단맛을 알게 된 인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인류가 최초로 맛본 탄수화물은 밀이 아니라 도토리였다. 밀을 알게 되기 전 비옥한 초승달지대의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도토리의 탄수화물로 생활했던 시기가 있다. -257쪽

곡물이 식사의 중심이 됐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인구는 착실히 늘었으며 곡물의 씨를 가지고 다니면서 경작지를 늘릴 수도 있게 됐다. 물만 조달할 수 있으면 미개척지는 경지로 변모했고 그 땅에서 식량 조달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지상의 모든 토지가 인간을 위한 식량 생산지가 됐다. 곡물을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좋은 점만 있지는 않듯 곡물도 ‘공복을 채워주는 것’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식량’으로서는 그렇지 않았다. 인간 본연의 영양 성분이 아닌 당질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어 몸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과 지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곡물 재배가 시작됐을 무렵 인간은 영양 부족에 빠졌다. 즉 식량의 양은 충분하나 영양은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다. -262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