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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의 슬픔' 정치 선동에 써먹으려는 사람들

화이트보스 2014. 5. 8. 17:42

'세월호 가족의 슬픔' 정치 선동에 써먹으려는 사람들

입력 : 2014.05.08 03:02

'엄마의 노란 손수건'이라는 인터넷 모임 회원들인 여성 100여명이 지난 5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망자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였다. 공동대표라는 정모씨가 "슬픔과 분노를 행동으로 나타내야지 촛불만 들어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문제 있으면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여성들은 '무능한 정부 용서 못 해, 거리로 나갑시다' '박근혜가 책임져라'고 쓴 피켓을 들고 행진도 했다.

지난달 28일 만들어진 '엄마의 노란 손수건' 운영자 16명 중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없다. 공동대표 정씨는 통합진보당 안산시 단원구 지역위원회 당원으로 전 민노당 대의원을 지냈다. 이 모임 운영자 중에는 민주노동자 시흥연대 비정규직TF 팀장, 통진당 안산시 지역위 단원구 위원장, 전 민노당 시흥시의원 후보자도 있다.

전교조는 인터넷에 올린 '세월호 추모 동영상'에서 "너희들은 최루탄이 머리와 눈에 박혀 수장(水葬)됐던 김주열,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욕조 물고문으로 숨지게 한 박종철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주열은 1960년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가했다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박종철은 1987년 경찰의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으로 그해 6월 민주 항쟁을 촉발시켰다.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독재 정권의 폭력에 희생된 김주열·박종철에 비유해 정권에 대한 분노와 투쟁을 부추기려 했다.

전교조는 동영상에서 "너희들이 제주를 향해 떠나던 날 이 나라 국정원장과 대통령은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래서 세월호 파이를 이리 키우고 싶었던 걸까"라고 했다. 정부가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에 물타기하려고 세월호 실종자 구조에 적극 나서지 않아 희생자를 키웠다고 은근히 선동한 것이다.

진도군 팽목항의 실종 학생 부모들이 자녀 생환(生還)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자·음료수를 차려 놓은 탁자 위에선 민주노총 이름의 선전물이 발견됐다. 거기엔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글귀가 인쇄돼 있었다.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라는 좌파 단체는 지난달 26일 세월호 참사 관련 성명에서 "정부가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고 했다.

정부는 평소 선박 운항에 대한 안전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 사고 직후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정부의 이런 무능과 실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일부 좌파 세력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처럼 정치 투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들에게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 남의 슬픔도 그들에겐 정치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투쟁의 재료로만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