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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가족 100여명, 청와대 부근서 대통령 면담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중

화이트보스 2014. 5. 9. 10:42

희생자 유가족 100여명, 청와대 부근서 대통령 면담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중

  •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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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09 05:31 | 수정 : 2014.05.09 10:34

    
	[세월호참사]희생자 유가족 100여명, 청와대 부근서 대통령 면담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100여명이 8일 오후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파면과 길환영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KBS 본사를 항의 방문한데 이어 9일 새벽부터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번 일은 8일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과 이모 취재주간 등 KBS 직원 10여명이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지난 4일 '미디어오늘'이 전국언론노조 산하 KBS본부 모 인사를 인용해 ‘김시곤 KBS보도 국장이 지난달 말 한 부서 구성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자 임 본부장 등이 조문 및 사실 관계를 해명하고자 분향소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이 이들의 조문을 막아서며 김 국장의 파면과 KBS 사장의 사과방송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이 이모 취재주간과 정모 센터장을 대기실로 끌고 가 5시간 가량 억류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이모 주간과 정모 센터장이 일부 유가족에게 수차례 폭행당하고 장시간 억류당해 정신적 충격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조문을 온 KBS 일행 측에 ‘김 국장이 직접 방문해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김 국장은 업무상의 이유를 들며 분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유가족 100여명이 분향소에 안치되어 있던 자녀의 영정 사진을 들고 버스에 나눠탄 뒤 서울 여의도 KBS 본사로 향했다.
     
    KBS 본관 앞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경찰과 대치한 상태에서 “사실대로 보도는 안하면서 취재는 왜 하냐”고 외치며 김 국장 및 길환영 KBS 사장과의 직접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몇몇 가족들은 항의방문을 가로막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유가족들의 항의에 대해 KBS 측은 "보도국장이 그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다"며 "당시 점심 식사에 합석했던 부서 팀장 2명도 김 국장이 그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KBS 측은 "한 달에 교통사고로만 5백 명이 사망하는데 그 동안 이런 문제에 둔감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KBS가 교통사고 등 우리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라며 거듭 해명했다.

    결국 9일 오전 1시쯤 새정치연합 김기식, 전선미, 부좌현, 유승희, 김태년 의원의 중재로 유가족 대표 10명이 KBS에서 임 본부장 등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과의 면담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유가족 일행은 '김 국장의 파면과 길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뜻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며 9일 오전 2시30분쯤 청와대로 출발했다.

    오전 3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다시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몇몇 유가족은 "시위하러 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며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통령은 피해 가족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9일 오전 폴리스 라인 앞에서 밤샘 대치 중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취재진들/트위터 캡쳐
    9일 오전 폴리스 라인 앞에서 밤샘 대치 중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취재진들/트위터 캡쳐

    경찰들이 청와대 진입을 막은 가운데 일부 유가족들은 무릎을 꿇고 “살려주세요. 못난 부모 마음을 알아달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한 유가족은 “박 대통령님은 자녀가 없어 부모 심정을 이해를 못하는 겁니까. 사람이잖아요. 도와주십시오. 제발 열어주세요”라며 면담을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청와대로의 진입이 막힌 유가족들은 시민 200여명과 폴리스라인 밖에서 모여앉아 자식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자유발언 등을 하면서 밤을 새웠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9일 오전 10시 현재 여전히 경찰과 대치 중이다.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남아있던 유가족 일부도 이날 오전 청와대 앞 일행과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오전 중으로 정무수석이 유가족과 면담해 요구사항과 의견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