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게 역전당하고, 박원순에게 치일수도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같다고 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당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이는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리더십 위기뿐 아니다. 6·4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측 사람들은 거의 전멸했고, 안철수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당을 떠나라”는 소리도 들었다. 안철수 대표는 지금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당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이는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리더십 위기뿐 아니다. 6·4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측 사람들은 거의 전멸했고, 안철수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당을 떠나라”는 소리도 들었다. 안철수 대표는 지금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 안철수(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
안철수 대표는 지난 17일 광주를 방문했다가 ‘계란 봉변’을 당했다. 광주MBC에서 방송 출연을 마치고 차를 타고 나오던 중 방송국 현관 앞에서 시민 50여명에게 50여분간 가로막혔다. 이들은 안 대표의 길을 막고 윤장현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에 전략공천한 것을 거세게 항의했다. 안 대표는 이들이 차 안으로 던진 계란을 옷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계란 봉변’ 사태는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안철수 측 인사인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파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윤장현 후보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론 조사를 해보면 윤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이용섭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강운태 이용섭 후보는 단일화까지 추진 중이다.
만약 윤 후보가 광주시장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안 대표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20일 “윤 후보가 질 경우 그 책임은 안 대표가 고스란히 다 떠안아야 할 것”이라며 “대표 자리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윤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안 대표의 공(功)이 되기도 힘들다. 전략공천 과정에서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단 광주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안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1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경기의 김상곤 전 교육감, 전남의 이석형 전 함평군수, 전북의 강봉균 전 장관, 대전의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 등 ‘안철수 사람들’은 한 사람도 후보가 되지 못했다. 광주의 윤장현 후보만 살아남았지만 그것도 전략공천으로 낙점해 논란이 크다.
광역단체장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사실상 안철수 측 사람들이 ‘전멸’했다. 이윤석 당 수석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안철수 측 인사들의 지분챙기기 시도를 비판하며 “안 대표는 당을 떠나라”고까지 했지만, 실제 후보가 된 안철수 측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공천 잡음의 와중에 안 대표가 강조했던 ‘개혁 공천’은 사라져버렸고, 안철수의 ‘새정치’ 깃발은 색이 바랜지 오래다.
문재인에게도 역전당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안 대표는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선두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무기는 야권 차기 대선주자군 중 여론 지지가 가장 높다는 점이었다. 시련이 있더라도 여론의 지지만 버텨준다면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아무도 무시못한다. 그런데 최근 그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번 조사는 지난 12~1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253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응답률은 9.2%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대표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가 높게 나온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통합 과정에서의 논란, 기초공천 무공천 방침 철회 논란,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갈등 등이 안 대표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공천 논란 등으로 야권 성향 유권자 층에서 안철수 대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 반영된 조사 결과”라고 했다.
안철수의 박원순 딜레마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안 대표가 고민스러운 대목은 또 있다.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 중인 박원순 후보다. 안 대표는 당 대표로서 박 후보 재선을 위해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자신의 최측근인 금태섭 당 대변인과 윤태곤 비서관 등을 박 후보 캠프에 파견까지 했다.
-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는 순간 야권에서는 더 이상 안철수 대표에게 큰 기대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야권의 차기 주자 싸움 구도가 친노(親盧) 세력은 문재인, 비노(非盧) 세력은 박원순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박원순이 안철수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YS같은 돌파력 보여줘야”
이래저래 어려움에 처했지만 안 대표가 마땅히 위기를 타개할 방안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안 대표와 가까운 새정치민주연합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안 대표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 대표직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선거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게 안 대표의 공(功)이 되기도 어렵다. 안 대표는 스스로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내야 한다. 그걸 못하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과거 3당 합당 이후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이 패배하자 당내 다수파인 민정계가 김영삼 당시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했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민자당 대선후보가 됐다. 안 대표가 그런 돌파력을 보여줘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과연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