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공간을 활용한 미니 텃밭
지난해 옥상에 미니 텃밭을 가꾸면서 겪은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나만의 텃밭 만들기에 시도했다. 지난해 옥상 텃밭의 가장 큰 실패요인은 ‘과유불급’.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물에 욕심을 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름철 가장 자주 먹게 되는 상추에 포인트를 맞춰 새롭게 텃밭을 가꾸기를 시도했다.
잡초뽑기와 흙고르기
겨울을 넘기고 봄이 지나는 동안 방치되어 있던 옥상 텃밭은 가관이었다. 빈 텃밭에 제멋대로 뿌리를 내린 망초가 어느새 나무처럼 튼튼한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고 있었고, 고들빼기처럼 생긴 억센 잡초들이 번식하고 있었다. 돌보는 이 없이 홀로 자라 꽃을 피운 건 가상했지만 텃밭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억센 잡초의 뿌리까지 다 캐낸 후 흙의 절반 가량을 버리고 새로운 상토를 섞었다. 여기에 토양 영양제를 섞고 물을 줘 비옥한 흙으로 만든 후 상추 씨앗을 뿌렸다.
지난해 상추 재배에 실패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씨를 너무 많이 뿌렸다는 것이다. 혹시나 안 자랄까 하는 마음에 3~5개씩 그것고 촘촘한 간격으로 뿌렸는데 그게 오히려 성장과 발육에 방해가 된 것이었다. 이번에는 간격을 여유있게 띠어서 2~3개씩만 알뜰하게 뿌렸다. 보통은 발아트레이를 이용해 발아시킨 후 옮겨 심기도 하는데 지난해 그냥 파종해서 발아에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바로 텃밭에 파종을 시도했다.
공터 한켠을 활용한 미니텃밭
상추 파종시기는 3월 말경이 좋다고 하는데 서울에서도 꽃이 늦게 피는 북쪽 산자락이라 그런지 발아도 잘 되는 편이었다. 발아된 새싹중 튼실한 싹만 남기고 덜 자란 것들은 미련없이 솎아줬다. 상자텃밭을 다 채우고 남은 씨앗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 버려져있는 공터 한켠을 텃밭으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공터 귀퉁이 약 1m * 1m 정도 흙의 잡초들을 제거하고 자갈들로 담을 친 후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잡초와 돌멩이들을 제거한 자리에는 상토와 토양영양제를 섞어 흙을 고르게 했다. 옥상 상자텃밭에 비해 제법 여유로운 공간이 생기자 다른 작물을 심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지만 더 욕심부리지 않고 상추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파는 ‘모듬 쌈채소’가 개인의 미니텃밭에서 그렇게 간단하게 재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해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조그만 텃밭에서 나눔의 즐거움을
지난해에는 상추를 뜯을 때 대부분을 정확히 안 뜯어서 줄기가 지저분하게 남곤 했다. 보기에도 안 좋을 뿐더러 미백효과가 있다는 상추의 하얀 즙도 그냥 버리게 된다. 상추를 뜯을 때는 그냥 쥐어 뜯기 보다는 상추대 끝부분을 딴다는 생각으로 줄기 가까이 따 주는 것이 좋다. 튼실하게 자라는 몇몇 개는 밑단의 이파리들만 따 주면서 꽃을 보고 씨앗도 받아보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수백립을 구입할 수 있는 씨앗이지만 자기가 기른 채소에서 소중하게 씨앗을 받는 일도 텃밭가꾸기의 묘미 중 하나이리라.
조그만 미니텃밭이지만 이곳에서 자란 상추는 우리 가족이 충분히 먹고도 많은 양이 남는다. 직접 기른 상추를 싱싱한 상태에서 먹는 재미도 좋지만 친지나 이웃들과 나누는 재미도 텃밭을 가꾸는 큰 낙이다. 종묘상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담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씨앗 몇 개로 여름철 식단을 풍성하게 하고 나눔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진정한 시티 팜(City Farm)의 즐거움이 아닐까.
공터를 활용한 미니텃밭 만들기 팁
1. 흙을 충분히 골라야 한다
흔히 농사를 짓기 위해선 땅을 개간해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 거창한 개념은 아닐지라도 흙을 작물재배에 적합한 땅으로 골라줘야 한다. 산도조절제같은 전문적 방법까진 아니라도 상토와 비료, 영양제 등을 섞어 흙을 골라준다.
2. 잡초는 보이는대로 뽑아준다
잡초의 뿌리는 생각보다 억세고 깊어서 보이는 즉시 뽑아주는 것이 좋다. 방치하고 그대로 두면 잡초꽃을 보는 재미도 있긴 하지만 크게 자란 잡초를 한꺼번에 뽑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3. 고추나무에는 지지대가 필수
고추는 텃밭이 없어도 화분 등을 이용해 손쉽게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씨앗발아기 어려우므로 보통 묘종을 사다가 심는데 나무 줄기에 힘이 없으므로 옆에 튼튼한 지지대를 세우고 끈으로 묶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4. 키친가든에 욕심부리지 않는다
텃밭을 가꾸다보면 채소도 기르고 꽃도 보겠다는 욕심이 들 수도 있다. 작은 공간에 화초와 채소류를 함께 심는 것은 무리이다. 식물마다 일조량과 습도, 그리고 선호하는 흙의 산도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작은 텃밭에서 화초류를 함께 키우려면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작물의 성질과 맞는 화초류를 특별히 선택해서 화분과 텃밭을 구분해 놓고 심어야한다. 채소류도 마찬가지. 가능한 같은 공간에 여러 작물을 함께 키우지 말고, 함께 키울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키우도록!
5. 미니 텃밭일지라도 하나의 생태계다
아무리 조그만 텃밭이라도 완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벌이 날아오고 거미와 이름모를 곤충들이 나타나고 땅을 파 보면 지렁이가 보일 때도 있다. 이때 징그럽다고 이들을 죽이거나 갖다 버리지 말자. 우리의 텃밭을 함께 가꾸는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여유있게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단 진딧물 등 식물에 치명적 해를 입히는 해충은 약을 써거 제거해야 한다.
자료제공·월간 가든인 031-712-7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