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부장대우
#1. 심상정의 눈
그는 “제1야당이 왜 걸핏하면 국회 점거 농성이냐”고 했다. “덕분에 농성값이 똥값이 됐다”며 값어치까지 매겼다.
“로텐더홀(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게 ‘왜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냐’고 물은 적도 있다”는 데선 웃자고 한 말은 아닐 텐데 요즘 말로 빵 터졌다. 원조 논쟁이나 자리싸움 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노동운동의 거물 심상정은 농성이라면 대가 중의 대가일 것이다. 그런 심상정마저 “어느 순간부터 정의당도 불필요한 농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원 130명을 가진 교섭단체가 그 힘을 가지고 입법활동을 해야지 왜 매번….”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번 국회 들어 통과시킨 법안이 뭐가 있나. 유치원 상속을 쉽게 한 신학용 의원의 유아교육법? ‘직업학교’를 대학처럼 보이게 해준 신계륜 의원의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몇몇 법안 말고는 얼른 떠오르는 게 없다. 심상정은 “7·30 재·보선은 물론 연이어 선거에 진 원인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 같다”며 “제1야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2. 박영선의 항변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는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며 ‘투쟁정당’ 체질을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세월호 협상에 발목이 잡혔다. 세월호 유족이 요구하는 수사권·기소권 대신 특검을 받는 쪽으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매듭 지은 뒤 난타를 당했다. 소속 의원들은 마치 세월호 유족을 버린 사람으로 몰아갔다. 박영선은 용감하게 항변했다. 그는 유족들과 만나 “2년이고 3년이고 계속 (농성과 협상만) 하실 거예요?… 유족 대표단 중에서도 저한테 (동의한다는) 문자와 카카오톡 보내는 분들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에겐 “싹 다 도망가 있더니”라고 서운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유 있는 항변은 단선적 논리 앞에 무력했다. 정말 합의안대로 특별법이 제정되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영원히 묻힐까.
#3. 이완구의 선택
말이 되건 안 되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선택이 남았다. 선심 쓰는 모양새라도 좋다. 야당의 요구를 들어줘야 정국이 풀린다.
세월호 특검 추천권을 실질적으로 야당에 넘기는 길이 있다. 협상을 깬 것에 대한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재협상하자는 야당의 태도가 말이 안 되지만 야당이 못났다고 똑같이 못날 필요는 없다. 하나 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고 하고, 농성 중인 가족들을 ‘노숙자’라고 부르는 의원들이 부담일 것이다.
결국 여의도 국회는 18일에도 세월호 협상을 매듭 짓지 못하고 교황을 떠나보내고 말았다. “대화가 독백이 안 되려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황의 메시지는 허공에 떴다.
농부가 밭을 탓하랴마는 이런 국회를 보면서 농부보다는 밭이 더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리더십만 탓할 게 아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국회의 주역은 새누리당 158명, 새정치연합 130명의 의원들이다. 이들의 팔로어십(followership)은 어떤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인 바버라 켈러먼이 『팔로어십』에서 팔로어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무관심형 ▶방관형 ▶참여형 ▶운동가형 ▶완고주의형 등이다. 지금 야당은 말 그대로 운동가들이나 완고한 이들이 지배한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무관심한 방관자다. 여당 또한 진정한 참여형 팔로어는 얼마되지 않는 것 같다. 독백만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기 말만 하는 이들은 독선적이다. 독선도 선일까.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