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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川공항 배우자"던 하네다(羽田·日 도쿄지역 공항)… 이젠 아시아 허브 꿈꾼다

화이트보스 2014. 9. 19. 11:34

仁川공항 배우자"던 하네다(羽田·日 도쿄지역 공항)… 이젠 아시아 허브 꿈꾼다

  • 도쿄=차학봉 특파원
  •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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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9.19 02:54 | 수정 : 2014.09.19 09:15

    [면세점·식당가 24시간 영업… 日 도쿄 하네다공항 가보니]

    外國 가려면 나리타까지 2시간
    日 환승객들 인천공항 몰리자 30년 규제 풀고 국제노선 확대
    무료 인터넷·휴대전화 충전기에 흡연자 배려한 카페까지 갖춰
    국제선 승객 2009년 270만명서 올해는 1200만명 돌파 예상
    "日 거쳐가면 30% 이상 저렴" 美洲 가는 한국인들까지 공략

    17일 밤 11시 30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공항 국제선 터미널. 출국 심사대 바로 앞에 있는 '중앙면세점'은 탑승을 앞두고 막바지 쇼핑을 즐기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매장 입구에서는 일본 전통술을 선전하는 판촉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자정이 넘어도 중앙면세점은 물론 인근 불가리·헤르메스 같은 고가 브랜드 매장도 환하게 불을 밝혔다. 브랜드 매장은 밤 12시 30분까지 영업을 했고 공항에서 가장 큰 중앙면세점은 24시간 영업을 했다.

    "인천공항을 배우자"며 2010년 재개장한 하네다 국제선 터미널이 이제 인천공항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인천공항은 하네다 국제선보다 승객이 5배 많지만, 밤 9시 30분이면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대형 면세점의 문을 닫고 일부 주류·담배 매장만 24시간 운영한다. 도쿄의 여행사 '전국관광'의 윤세정 상무는 "대형 매장을 24시간 운영하는 것은 적자를 각오하고 장기적으로 환승객을 유치,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하네다공항 국제선과 인천공항, 상하이 푸둥공항 비교 그래픽
    중앙면세점에서 2~3분 걸어가자 'ALL DAY'(하루 종일)라는 큰 간판을 단 음식점 광장이 나왔다. 초밥·쇠고기 덮밥·전통 라면 등 8개 점포가 있었다. 창가에는 가족 단위의 승객을 위한 널찍한 테이블과 소파도 있었다. 노트북 이용자를 위해 전기 콘센트가 설치된 도서관식 좌석에는 젊은 여행객으로 가득했다. 비싼 가격을 예상했지만, 커피가 350엔(약 3500원), 일본 전통 라면이 750엔(약 7500원)으로 도쿄 일반 음식점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 흡연을 하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에서 만난 미국인 닉 스미스(35)씨는 "흡연자를 배려한 카페는 물론 무료 인터넷, 휴대전화 충전기 등 세계 어떤 공항보다도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만 해도 국제노선이 4개에 불과, '시골 공항'이라는 눈총을 받던 하네다 변신의 계기는 '인천공항 쇼크'였다. 인천공항이 급성장하면서 나리타(成田)국제공항 승객이 급감했다. 국내선 중심인 하네다에서 국제선을 타기 위해 나리타로 이동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리자, 지방 승객들이 일본에 20여개 노선을 가진 인천공항으로 대거 몰렸다. 2010년 인천공항 승객 수가 나리타를 앞서자 당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모든 환승객이 인천으로 가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하네다를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절박한 위기의식은 30년간 유지됐던 '하네다=국내선, 나리타=국제선'이라는 철벽 규제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네다에 국제터미널을 새로 만들고 민간 항공사가 자유스럽게 노선을 신설하는 '오픈스카이' 정책도 도입했다. '심야 시간 이착륙' 확대로 운항 횟수도 대폭 늘렸다. 스기우라 가즈키(杉浦一機) 슈토대학(首都大学) 객원교수는 "애초 나리타공항이 망한다며 하네다 국제선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방치하면 나리타·하네다가 동시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하네다 확대 반대론이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규제 철폐와 신규 투자로 국제선은 현재 유럽·중동·미주·아시아 27개 주요 도시를 커버하고 있다. 2009년 270만명이던 국제선 이용객이 작년 800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1200만명을 돌파한다.

    하네다공항은 한국 환승객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네다에서 만난 이재범(25)씨는 "하네다를 거쳐 미주로 가는 일본 항공사 항공권이 국내 직항보다 30% 이상 가격이 저렴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하네다에 도착, 도쿄 관광을 한 후 자정에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인·중국인 환승객을 겨냥, 중국어·한국어 안내원이 배치된 24시간 전화 정보센터, 한국어·중국어로 뉴스를 전하는 전광판도 공항 곳곳에 있었다.

    하네다는 환승객 유치를 위해 이달 말 지상 8층 313객실의 호텔도 새로 문을 연다, 호텔이 출국 로비로 연결돼 있다. 개인용 비행기를 위한 시설도 새로 만들었다. 인천공항 이용 지방 승객을 흡수하기 위해 10월 하네다~나고야(名古屋) 노선을 32년 만에 부활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