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일본

미스터 정의 日本 유람기

화이트보스 2014. 10. 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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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정의 日本 유람기

  • 김윤덕 블로그
    문화부 차장
    E-mail : sion@chosun.com
    2년째 파킨슨병과 싸우시는 아버지는 저를 ‘우리 둘째야’라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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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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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의 베테랑 가이드
초밥 먹는 법부터 목욕법까지 시시콜콜 잔소리가 태반이네
일본史부터 직장인 사는 법까지 요모조모 들려주는 이유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김윤덕 문화부 차장 사진
김윤덕 문화부 차장
일본 오사카 여행길에 만난 미스터 정은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가이드였다. 쌍꺼풀진 눈, 기름으로 발라 넘긴 곱슬머리, 거뭇한 피부에 숭숭 자란 구레나룻 때문에 매우 이국(異國)적인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실제로 하와이에 가면 하와이 원주민이냐 묻고, 터키에 가면 터키 사람이냐 고 묻는다고 했다. 하지만 미스터 정은 '서울 음식은 맛없어 못 먹는' 전라도 광주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가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버스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서서 1시간 이상 말하다 보면 멀미가 날 법도 하건만 좀체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이었다. "자아~ 여그까지 들으시면서 궁금한 점 없으십니까? 없다고요? 그라믄 달리 헐 일도 없응께 계속해서 이야그를 이어가겄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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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달변이 썩 달가운 건 아니었다. 동료들 사이 별명이 '아줌마'라더니 틈날 때마다 철없는 아이 나무라듯 잔소리를 쏟아냈다. "일본 하면 스시이~, 초밥이 젤 먼저 떠오르시죠잉? 근디 초밥 드실 때 간장에 밥을 찍어 먹는 분 계십니다. 간장엔 회를 찍으셔야죠잉. 글고 초밥은 반드시 따뜻한 녹차 물과 드셔야 탈이 안 납니다. 또 일본선 우동 먹을 때 국물까지 훌렁훌렁 안 마십니다. 건더기 건져 먹고 국물 한 모금 마신 뒤 젓가락 내려놓는 겁니다아~. 일본에선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디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세로로 놓으면 뾰족한 끝이 앞사람을 위협하기 때문이지요. 나무젓가락도 좌우 아니고 위아래로 뜯는 게 매너입니다잉." 온천에 내려주면서도 잔소리가 한 바가지였다. "온천에서 침 뱉고 코 푸시면 안 됩니다아~. 서서 샤워하는 것도 실례여요. 일본 사람들은 옆 사람헌티 물이 안 튀도록 앉아서 샤워합니다아~. 목욕 다 했으면 의자는 밀어 넣고 바가지는 엎어놓고 나오는 거 잊지 않으셨지라?" 시골길을 달릴 때도 목소리를 높였다. "논밭에 비니루 한 장 안 뒹구는 거 보이시죠잉? 개인용 재떨이를 갖고 다니는 흡연자도 있습니다. 지진 탓에 집을 다닥다닥 붙여 지어 방음(防音)이 거의 안 되는디, 시끄러워 어찌 사느냐고요? 그냥 참고 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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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정이 일본 역사에 대해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넘나들며 '구라'를 풀 땐 졸던 사람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일본 전국시대를 호령한 세 명의 장군이 있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쓰으~. 근디 성격은 완전 딴판이었지라. 울지 않는 꾀꼬리 일화 들어보셨지요잉? 오다는 '울지 않는 새는 새가 아니다'며 그 자리에서 목을 쳤습니다. 못생겼지만 잔머리 하난 비상했던 도요토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를 울게 하라'고 했답니다. 도쿠가와는 어찌했을까요. 인내야말로 무사장구(無事長久)의 비법! '새가 울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 했다지요. 이 중 일본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자가 우리에겐 불구대천의 원수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니 역사의 아이러니 아니겠습니까?"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도쿠가와의 별장인 니조성(二條城)에선 '비밀' 한 가지를 들려줬다. "이 성에 '세콤'이 있는디 찾아볼랍니까? 겁 많은 도쿠가와는 자객이 까치발을 하고 들어와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게끔 마루를 만들었답니다. 어떻게 했길래 소리가 났을까요? 요 밑을 보세요잉. 마룻바닥에 못을 팔(八) 자로 박은 거 보이지요? 요런 거 아는 가이드, 많지 않습니다~." 떠돌이 칼잡이처럼 표표한 분위기는 없으나 간혹 낭만 멘트도 날렸다. "천년 고도(古都) 교토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일까요? 봄? 가을? 저는 비 온 뒤의 교토를 젤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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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남자의 수다는 금세 샛길로 빠졌다. "일본 국민이 소식(小食)을 즐긴다고요? 없어서 못 먹습니다. 삼각김밥으로 점심 때우는 직장인들 수두룩하지요. 회식을 해도 2차 안 합니다. 막차 끊기면 비디오방, 캡슐호텔에서 자고 출근합니다. 캡슐호텔이 뭐냐고요? 천장이 조금 높은 관(棺)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본엔 100엔(1000원)을 넣으면 샤워기를 1분간 쓸 수 있는 목욕탕이 있습니다. 1분 안에 머리까지 감기 빠듯하니 어느 무명 코미디언이 묘안을 냈다지요. 집에서 미리 샴푸를 머리에 발라 문지르면서 목욕탕까지 가서는 동전을 넣는 순간 빛의 속도로 헹궜답니다."

미스터 정의 정신 산란한 말 중 메모까지 해가며 열중한 대목은 이것이었다. "위 세척 향수라고 들어보셨어라? 이걸 마시면 트림을 해도 냄새가 안 납니다~. 발바닥에 붙이고 자면 몸이 해독되는 디톡스 파스도 있고요. 40도 열기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회용 안대도 등장했습니다. '물 반창고'도 있습니다. 손에 상처가 나도 설거지나 세수를 할 수 있게 코팅해준다니 기막히지 않습니까? 돋보기 달린 손톱깎이는 본 적 있나요? 20년째 경기가 바닥이지만 여전히 일본을 지탱하는 힘은 요런 잔머리, 징글징글한 창의력입니다. 이런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밖에 없지요잉. 결론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야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것입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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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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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한 국가라고 알려진 일본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런것을 민노총 간부들의 참고 자료로 제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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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원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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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꼭 일본비행기만 타고 100엔(천원)짜리 일본 요크르트만 먹습니다(수입한국산=10엔, 100원). 한국인은 일본항공이든 대한항공기 든(비싸든 싸든) 시간에 맞추어 비행기 타고요. 일본수상이 무역역조 해소를 요청하는 미국대통령의 주장대로 일본인들이 미제사용을 권장해도 일산만 사용하고요, 한국은 국산품 애용 주장하면 등신됩니다. 일본놈이 미워도 배울건 배웁시다, 그것이 극일하는 애국심입니다. 무궁화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일제물건 사용 않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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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순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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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망한 한반도의 한많은 유민들이 세운 분쟁의 섬나라..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무슨 짓도 다해야하는...항상 마이너 컴플렉스에 정정당당이 없는 나라...그 칼로 한국을 유린하고 물러갈때는 둘로 쪼개놓아 전쟁나자 그틈에 돈 번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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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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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무시해도 되는 나라입니다. 다만 한국이나 중국보다 운이 좋아서 먼저 개화한 혜택을 톡톡히 본것 뿐이지, 일본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한국인이 해아 할것은, 일본을 무시하되, 일본보다 250년 먼저 개화해서 일본제국주의의 참극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소현세자의 독살로 날려버련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일본보다 250년 먼저 개화할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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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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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신익순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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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당해본 한국만큼 일본의 속마음을 아는 나라는 없다..칼많은나라에는 예의가 굴종이다! 사람죽이는 사무라이와 뒤에서 죽이는 비겁한 닌자...그들이 볼때마다 인사하지않으면, 또 남들과 달리 보이면 죽이는 나라. 웃는 얼굴과 속마음의 칼이 있는 이중인격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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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곤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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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 정확한 지적입니다. 일본을 이기려면, 우린 일본을 알아야지요. 신라 때부터 2000여년동안 우리는 일본에게 크고작은 침탈을 받아온 민족이지요. 오죽했으면, 신라의 황제가 일본을 지키겠노라고 바다에 수장했겠는가?. 일본, 그들은 한사람씩 보면, 비리비리하지요. 뭉치면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독특한 종족들입니다.우리와는 정반대 현상입니다. 일본을 배워야 합니다. 그들이 누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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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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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그들을 증오하고 무시만하려하나여 그들의대륙진출 야욕에밟혀 당한마음이야 제3국가들은 모르죠 정말이지 다시는 잇어서는안될 역사지만 우리가 스스로 되돌아보면 과연 우리선조들은 밟히기전에 뭐하고있엇는지도 생각해보심이 어떨지 우리를 밟은일본만 욕할것이아니라 대비못한 우리선조도 욕먹어야합니다 상대가 안되더라도 최대한 대항할 군대와군비는 준비되야햇죠 미래를대비하지않는 국가와민족에게는 어두운역사의 되풀이만됩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통크게 대하며 살자고여 맨날 우는소리하지말고..이해의폭을 넓히고 유연하고 매너있게 내년 2015년이면 세계7번째로 30-50클럽가입인데 우리도 거기에 걸맞는 민족이라는걸 보여야하지않겠읍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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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우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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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라야 백전불패"결론은 한국에서 과연 일본을 그만큼 아는 사람들이 있느냐 입니다. 일본사람과 협상할때 말끝에 "그렇지 않나요?"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말끝이 명료하지 않지만 할말은 했다식의 경우가 많지요. 결론적으로 항상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면서 상대를 유도하는 그러면서 자기는 합리적으로 대처했다는 자기만족. 어쩌면 그런 말장난같은 잔머리에 항상 속내를 보여주는 한국인들의 정직함과 강직함이 일본인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요. 한국여권을 가지고있는 일본인2,3세들과 직장생활을 하면 정말 못볼것 다봅니다. 한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고방식(일본에서의 차별때문?)은 고양이발톱처럼 감추고있다가 일본의 역사와 문화얘기나오면 한국은 아직 멀었다식의 자기자학적인 의식, 조국을 부정하는것은 자기부모의 얼굴에 침을 밷는것과 다른것이 없다고 말하면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일본이요"라고 합니다. 어쩌면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의 국가관이 더 확고해야 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전에 부산에서 오신 협력업체사장님과 시즈오까근처의 온천에서 식사할때 이런말 하시더군요. "일본사람들 소식한다고하던네 아니데~중국사람들보다 접대비가 더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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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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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골프장에 가면 일본사람들 샤워도 안하고 땀에 젖은채로 탕에 들어옵니다. 중국에 있는 일본식당에 가면 눈앞에 애들 앉혀놓고 줄담배핍니다. 해외나가서 그간 일본내에서 억눌려서 못한 온갖짓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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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도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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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기준은 일본 기준으로 한국을 보는 관점. 지피지기라? 딱 그 관점 외에는 웃기는 짓거리 임. 회를 막장에 찍어 먹는거 보면 아주 넘어 가겠구만. 그냥 일본애들 그리 사는 갑다 하고 하면 됨. 20년 경기 바닥에 지탱해 주는게 그런거다란 말에 어이가 없다. 그냥 갸들 성격이 그런거야. 그런 것둘 중에 몇개나 대중화 되었냐? 저러니 갈라파고스니 뭐니 하면서 자폭 하고 있지. 절대로 본받을 문화는 아니다. 돈벌이 문화는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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