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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 포함한 북한군 1개 분대, 전원 탈북해 한국행

화이트보스 2014. 9. 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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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장 포함한 북한군 1개 분대, 전원 탈북해 한국행

  • 김명성
    정치부 기자
    E-mail : tongilvision@chosun.com
    북한 함흥출신의 대한민국 언론인이다. 북한에 있을 때 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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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3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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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북한군 중대장 인터뷰

작년 12월 북한 양강도에 주둔한 북한군 1개 분대 인원 7명이 중대장의 인솔 하에 집단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강도 주둔 12군단 43여단 소속 기계화부대 중대장(중위)을 지냈던 탈북자 정경철(가명)씨는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대대장이 ‘2개월간 시간을 줄테니 들쭉을 따서 외화를 벌어오라’는 명령을 하달, 내 인솔 하에 7명의 군인과 5명의 민간인이 함께 압록강을 건너 중국 장백현 이도백화 지역에 도착했다”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일행은 삼지연과 무봉을 지나 경비대 중대장의 안내를 받으며 압록강을 건넜다”며 “중국 장백현 이도백하에 도착해 산에다 천막을 치고 들쭉을 땄다”고 했다. 머루과 식물인 들쭉은 1kg에 중국돈 20~30위안(약 3400~5100원)을 벌 수 있는 고가의 외화벌이 원료로, 들쭉 수확시기가 되면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과 전국에서 몰려온 주민들로 양강도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많은 사람들이 정씨네 일행처럼 들쭉을 더 많이 따려고 몰래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북한을 떠날 때는 한국에 올 생각을 못했는데 정작 중국에 나오니 영화에서 보았던 자유의 땅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데려온 부하들과 민간인들에게 한국에 가자고 했더니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씨 일행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자유북한군인연합'은 2005년 12월 7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자유북한군인연합'은 2005년 12월 7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산길을 따라 중국내륙으로 들어가던 이들 일행은 중간에 중국 변방대를 만나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모두 뿔뿔이 도망치고 정씨 곁에는 민간인 3명이 따라 다녔다고 한다. 정씨는 이들을 데리고 장백현에 있는 교회를 찾아 다녔지만 사람들은 북한군 중위 군복을 입고 나타난 그를 보고 모두 겁에 질려 외면했다고 한다. 며칠씩 굶으며 노숙하던 정씨 일행은 길에서 우연히 한국과 선이 닿아 있는 조선족을 만나게 되어 그의 도움으로 한국행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각자 한국에 도착하면 400만원의 브로커비를 지불하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한다.

탈북 이유는 배고픔 때문

중대장까지 지낸 정씨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10년 넘게 군인생활을 하면서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0년대 중반에 입대한 그는 5년간 병사생활을 하다가 평북 정주의 탱크군관양성학교에 추천받아 입학했다. 거기서 3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2011년 중위로 임관한 그는 양강도 주둔 탱크부대 중대장으로 발령받았다.

정씨가 부대에 도착해보니 중대인원 70명(일반보병중대는 120명, 기계화중대는 70명) 가운데 2명은 영양실조 3도(먹어도 위에서 소화를 못시키고 배설물이 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걸려 있었고 3명은 염장독(배가 고파 단무지만 가득 먹어 생기는 병)에 걸려 있었다. 만성허약(영양부족으로 키에 비해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걸린 군인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먹는 것에 비해 훈련강도가 너무 세다 보니 군인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정씨가 중대장에 부임했을 때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해 군부를 장악하던 시기였다. 김정은은 북한군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보고받고 “장군님(김정일)께서 염소를 많이 길러 군인들의 몸보양을 하라고 오래 전에 말씀하셨다”며 “부대 지휘관들이 염소를 많이 길러 부대에 허약 걸린 병사가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군단에서는 각 중대마다 20~30마리의 염소를 기를데 대한 명령을 내렸다.
1989년 9월 10일 새벽, 한강하류를 헤엄쳐 우리 측 해병초소로 귀순해온 북한군 김남준 소위 등 3명이 11일 탈출 당시를 재연하고 있는 모습.
1989년 9월 10일 새벽, 한강하류를 헤엄쳐 우리 측 해병초소로 귀순해온 북한군 김남준 소위 등 3명이 11일 탈출 당시를 재연하고 있는 모습.
그런데 정씨 중대에는 토끼 30마리와 돼지 5마리가 전부이고 염소는 한 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12월까지 염소 20~30마리를 채우지 못하면 중대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지시에 정씨는 부대 군인 5명을 데리고 염소를 훔치러 나갔다. 양강도에는 염소가 별로 없기에 지휘관의 허락을 받고 염소방목지가 많은 함경남도까지 원정을 나갔다. 그들은 함경남도 신흥군의 염소목장을 습격해 경비원을 묶어놓고 염소 30마리를 훔친 뒤 산길을 타고 양강도 풍서까지 수백리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1주일만에 염소 30마리를 해결한 정씨는 부대에서 표창까지 받았다고 한다.

장교들도 도적질에 나서

정씨는 북한군에 워낙 물자가 부족하다 보니 최근에는 장교들도 직접 도적질에 나선다고 했다. 하루는 대대참모장이 술 먹을 돈이 없다며 소 도적질을 나가자고 해 대대참모장과 정씨, 그리고 대대참모까지 3명이 인근 농장에 가서 소 1마리를 훔쳐 부대로 끌고 들어가 고기를 실컷 먹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양강도에는 군관 도적조가 조직돼 혜산 시내에 있는 부잣집들만 골라서 턴다”며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부잣집에 들어가 돈만 갖고 나온다”고 했다.

군관 도적조는 돈이 필요하면 조(組)를 만들어 밖에 세워져 있는 민간인 차량에서 기름을 빼다 팔기도 한다고 한다. 주민들은 군인들이 자기 물건을 도적질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맞아죽을까봐 눈치만 보면서 군인들이 갈 때까지 숨어 있는다. 북한군이 도적질을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김정은도 내용을 상세하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은은 작년 2월 “50~60년대는 인민들이 군대가 오면 반겨줬는데 요즘은 군대들이 오면 경계하고 피한다”며 “군대가 한번 지나가면 메뚜기떼 지나가듯이 싹쓸이 한다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정씨는 “장군님 방침은 방침이고 군인들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도적질은 물론이고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며 “들쭉이 돈이 된다고 하니 대대장이 1개 분대를 몰래 중국에 보내 들쭉 따기를 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씨는 “남쪽에서 날린 대북전단이 양강도 산속까지 도달한다”며 “처음에는 정치부에서 삐라와 물건을 만지면 손이 썩고 폭탄이 터진다고 해서 겁이 나서 못 만졌는데 몰래 전단을 읽어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전단을 꺼내 읽어보고 물건도 썼다”고 했다. 그는 “전단 속에서 얻은 라디오로 한국방송을 들었다”며 “강철환을 비롯해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단을 본 군관들은 술을 마시며 사람이 잘먹고 잘살자고 세상에 태어났지 이렇게 개처럼 살려고 태어났냐”며 푸념을 한다고 했다. 정씨는 최근 장마당에 익숙한 고난의 행군세대가 북한군에 대거 입대하면서 이들이 군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개 중대에 보통 3~4명의 탈영자가 있는데 탈영자를 붙잡아 조사해보면 배고픈 것이 이유라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김정은이 내린 지시는 ‘지휘관들은 엄한 맏형 노릇을 하면서도 유치원 교양원의 심정으로 병사들을 대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군관들이 병사들을 먹이지 못하니까 어린아이처럼 살살 다룬다며 이전보다 군기가 많이 빠졌다고 했다.

그는 최근 김정은이 “군대는 첫째도 둘째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콩농사를 지어 비지를 해먹이고 물고기를 1마리씩 공급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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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중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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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정은이는 늠름한 동지랑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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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근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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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저런데도 미사일을쏴되고 차라리 그돈으로 군인에게 식사라도 잘챙겨 주어야지 북한이 쿠데타 날것이 점점 닥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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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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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는 우두머리만 잘 몰면 잘 따라 오는 뎁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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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자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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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왔는데, 군인까지 오면, 유사시에 똘똑 뭉쳐서 무슨 짓들을 할지 앞 날이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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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열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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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들이 사실인지 믿기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애 박정희같은 용감한 사람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는가? 오늘자 중앙일보에는 노무현때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종석이 말이 북한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524해제해야한다고 말하던데 완전히 거짓말인가? 중국과 교역량이 늘어 북한살림이 나아지고 있다네. 도대체 어느나라 국민인지 저런작자가 칼럼을 쓰대는데 이게 민주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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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택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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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5명이 염소30마리를 훔쳐 1주일만에 수백리 길을 왕복하였다. 아마도 그 염소는 북한군이 받는 강인한 훈련을 받아서 마라톤선수로 뽑힌 염소 들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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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순 규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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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는 북한 생활을 그대로 본딴 동네가 있고, 박원순 시장이 좋아해 그런 동네를 많이 만들길 원한다고 한다니 박 시장의 사상은 어디로 굴러가는 것인가? 그리고 그의 말을 듣고 따라다니는 머리빈 자들은 무엇을 찾는가? 무조건 백수를 면해보자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사상이 좋아서 인가? 참으로 황당한 진보 시민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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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원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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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행군때 퍼주지만 안했어도 지금 양강도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을텐데 그평화상이 탐난 대통령이 마구 퍼주어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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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종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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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간첩행위가 탈로날것이 겁이나 수괴가 요구하는데로 퍼준것으로 생각된다.

천재영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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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근대 조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북조선. 할애비도 애비도 본인도 지키지 못할 약속인 이밥에 고기국 싫컷 먹기는 얼마만큼의 세월이 더 흘러야 가능한것인가. 세상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북조선은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밥에 고깃국이란 국가적 케치프레이즈로 인민들을 농락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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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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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북한이 금방 망하지 않는게 이상한데 USB나 CD를 보내주면 그것으로 남한 드라마를 본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그래도 집집마다 컴퓨커나 CD플레이어가 있으니까 USB나 CD를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줒는 다는 사람들이 웬 컴퓨터와 CD플레이어? 조금은 헷갈린다. 하지만 Channel A의 이만갑이란 프로를 보면 북한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러고도 버티는 것이 참 신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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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혁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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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사는 사람들과 간부들 얘기겠지요.평등사회라기 보다는 계급사회고 빈부격차가 큰 사회인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