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납품계약 1건도 못따”… 조선업 협력업체 도산 공포
김창덕기자
입력 2014-10-17 03:00:00 수정 2014-10-17 04:51:20
[벼랑끝에 선 수출코리아]<4>불황 직격탄 맞은 대불산단 중소 기자재업체들
10일 오후 찾은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업국가단지에는 이런 기업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1996년 완공된 대불산단은 2000년대 중반 조선기자재 집적단지로 변모했다.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한라조선(현 현대삼호중공업)을 2002년 현대중공업이 인수하면서 협력업체가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잘나갔던 대불산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경기가 추락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휴폐업 기업들이 속속 늘어났고 일부는 몇 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장이 방치돼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들도 내년 납품물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 일감 부족에 단가 하락까지
선박블록 제작업체 대상중공업의 올해 공장 가동률은 70∼80%로 대불산단에서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 매출액도 한창 때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400억 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정이 좋은 편인데도 문제균 대상중공업 사장은 내년 걱정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
“보통 9월이면 이듬해 물량 확보가 끝났어야 합니다. 지금은 내년 납품계약을 단 한 건도 맺은 게 없어요. 현대중공업이 조금이라도 물량을 주긴 하겠지만 그쪽도 워낙 어렵다니까….”
대상중공업은 인근 현대삼호중공업보다 울산과 군산의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물량이 훨씬 많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 4년간 선박 수주량 급감을 석유시추시설 등 해양플랜트로 메워왔다. 올해 플랜트 수주 실적마저 추락하자 대상중공업 같은 협력업체들에 나눠줄 물량도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에 선박용 소형구조물을 납품하는 선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선박설계와 건조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1년 반 전에는 일감이 확보돼야 하는데 당장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스케줄이 비어 있다. 이 회사 정자현 사장은 “예전엔 조선업 사이클이 5∼6년은 돼서 미리 대비라도 했는데 지난해 잠깐 반짝하더니 올해 다시 이 모양이다”라며 “내년에도 조선 전망이 안 좋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들로서는 납품단가 하락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 사장은 “올해 t당 가격이 전년 대비 4% 내린 걸 포함해서 매년 3∼5%씩 깎이고 있다”며 “2007, 2008년에 비하면 단가가 20∼30%나 내렸으니 많이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가격은 오르는데 국내 납품 단가는 떨어져서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어두운 터널 속 중소기업들
전남에는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중대형 조선사 8곳이 있다. 이 중 대한조선은 2010년 7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하고 있고, 4곳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휴업하고 있다. 소형 조선사 62곳 중에서도 7곳이 부도가 나거나 휴업에 들어가는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품을 대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더 아우성이다. 전남도가 지난해 상반기(1∼6월) 조사했을 때 전남 내 조선기자재 업체 223곳 중 36곳(16.1%)이 부도가 났거나 법정관리 또는 휴업 중이었다. 10곳(4.5%)은 조선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업종을 바꿨다. 전남도는 작년보다 경영환경이 나아진 올해에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전남테크노파크는 이달 8일 ‘전남지역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전남지역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이날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 등도 참석해 중소기업들에 권할 만한 대출상품을 소개했다. 포럼에 참석했던 전남도 관계자는 “당시 은행들의 대출 요건을 살펴보면 거의 대기업들만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중소기업들은 당장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들은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암=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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