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티베트

여기, 티베트 신의 땅 聖山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

화이트보스 2014. 10. 25. 10:27

여기, 티베트 신의 땅 聖山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

동아일보

입력 2014-10-25 03:00:00 수정 2014-10-25 03:00:00

[샹그릴라를 찾아서]히말라야 횡단2

원정길에 마주친 그림 같은 카라쿨 호수 위로 파미르 산군의 설산이 비치고 있다.
원정대는 파키스탄 장수마을 훈자 계곡을 지나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국경, 쿤자랍 고개(4693m)를 넘었다. 이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슈가르를 지났다. 쿤자랍 고개 너머 위치한 중국 검문소는 여행자들에게 악명 높은 곳. 여행자들의 필수품인 지도는 물론이고 티베트 관련 영상이나 사진 책 등을 모두 금지한다. 심지어 여성의 생리대까지 검사할 정도로 검문이 철저하다.

성산(聖山) 카일라스의 위용. 이 산에는 일년 내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 지평선이 펼쳐진 초원과 얼음을 안은 거대한 산과 카라쿨 호수를 끼고 달려 티베트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카일라스로 향했다. 티베트 서쪽에 있는 카일라스 산(6638m)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에서 모두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는 곳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이 바로 카일라스 산이라고 한다. 이 성스러운 카일라스의 순례길을 돌았다. 왜 그들은 먼 다음 생을 향해 기도하는지, 왜 그들은 행복한지….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원정대가 향하는 최후의 정점 ‘샹그릴라’는 진정 어디 있는 것일까?

현지 여인들과 만난 박정헌 원정대장.
그러나 성스러운 산의 입구에 있는 마을은 이제는 너무나 시장바닥처럼 소란하고 지저분하게 변해 버렸다. 쓰레기와 음식점이 뒤섞인 혼잡함은 성산(聖山)과는 너무 먼 지옥의 길목 같았다. 온몸을 굽혀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역시 진정한 고행을 하기보다는 관광객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보였다. 왜 사람들은 이곳을 성산이며 지구의 중심이라고 하는 것일까.

현지 어린이와 함께하는 박대하(오른쪽) 박상현 대원.
순례길을 걷던 2일째 새벽 해발 5630m의 돌 마라 고개를 넘으면서 어둠이 사라지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첫 태양이 성스러운 산을 비추는 순간 솜사탕 같은 하얀 눈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바람처럼 나에게 말을 건넸다. 샹그릴라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신의 영역이라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곳이 바로 ‘샹그릴라’라고.

삶은 어차피 기나 긴 여행길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왜소한 존재일 뿐이다.
순례길이 끝나갈 때쯤 나는 두 젊은 티베트인들과 함께 걸었다. 그들은 문명의 번잡함을 떠난 진정한 티베트 속에 살아가는 유목민이었다. 크고 유명한 사원과 마을이 아닌, 자연 속에서, 문명을 이탈한 곳에서야 진정한 티베트의 보석들이 보였다. 원정대는 티베트를 넘어 또다시 먼 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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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헌 대장은 7월부터 걷기와 자전거 스키 패러글라이딩 등을 이용한 무동력 히말라야 횡단에 도전하고 있다.


글·사진=박정헌 대장(노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