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25 01:52
['原電 대타협' 울진 가보니]
- '경제 살리기' 손들어준 주민들
"이번 합의로 먹고살 기반 마련… 삶의 質도 좋아질거라 기대"
- '2800억+年260억' 활용방안은
상수도 늘리고 자사고 짓기로… 망양정과 동해안도로 잇는 관동8경대교도 건설 추진
'8개 대안사업 협상 타결! 이제는 지역 경제 살리기다!'
24일 오후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를 빠져나가 경북 울진군 한울 원자력발전소로 향하는 교차로에 들어서자 커다란 플래카드 2장이 걸려 있었다. 지난 21일 울진군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新)한울 원전(原電) 건설 관련 협상을 타결한 것을 환영하는 내용이었다. 대게와 오징어로 유명한 죽변항(港) 일대와 울진읍에도 '합의에 성원해주신 군민께 감사드립니다' '협상 타결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울진군 관계자는 "주말 사이에 군내에 150여개의 환영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말했다.
◇지역발전 기대감 커
신한울 원전 1~4호기 관련 협상이 8개 대안사업에 280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리된 데 대해 울진 군민들은 "이제 지역 개발이 본격 이뤄지게 됐다"는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신한울 원전이 들어서는 북면의 장현종(56) 면장은 "(협상 타결은) 우리 주민들이 장기적으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울진군의회 의장은 "과거엔 원전 유치하면 지역에 길 닦고, 논두렁 밭두렁 정리하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원전이 있는 도시와 지역 주민의 삶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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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낮 경북 울진군 군내 주요 도로에 울진군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 ‘신한울 원전(原電) 건설’ 관련 협상이 타결된 것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울진=진중언 기자
이번 타결로 신한울 원전 건설도 탄력을 받게 됐다. 2010년 착공된 신한울 원전 1·2호기는 현재 전체 공정률 66%가 진행 중이며, 공사 현장 바로 옆엔 2017년 착공 예정인 3·4호기 부지도 마련돼 있다.
◇8개 대안사업 지원
한수원은 매년 260억원의 법정 지원금 외에 북면 장기종합개발계획 시행, 종합체육관 건립, 관동8경대교 건설, 교육·의료 등 지역개발 8개 사업에 총 2800억원을 지원한다. 사상진 울진군청 기획실장은 "급수구역 확대를 골자로 한 상수도 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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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울진군 북면에 있는 신한울 원전 1·2호기 건설 현장 전경(全景). 2010년 착공된 1·2호기는 현재 전체 공정률 66%를 기록하고 있다. /울진=진중언 기자
관동8경대교 건설은 외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현재 왕피천(川)에 막혀 내륙으로 돌아가야 하는 울진의 관광 명소 망양정이 동해안 해안도로에서 바로 연결된다. 한수원은 또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자율형사립고를 세우고, 울진의료원도 경영하기로 했다.
◇삼척 원전 반대 투표가 타결 촉매
한수원은 지난달 하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양보하겠다는 뜻을 울진군 측에 전달했고, 울진군도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는 게 낫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이뤄졌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울진군에만 6기(基)의 원전이 가동 중이어서 원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며 "외부적 환경 때문에 국가와 울진에 모두 중요한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절박성을 갖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조속한 사업 시행 확인돼야"
주민은 협상 내용의 조속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종태(57) 북면이장협의회 회장은 "15년을 끌어온 협상 타결이 빛을 보려면 8개 지원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다.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어하는 울진사람들'(핵안사)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군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강압적으로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며 "원전 추가 건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