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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문건 파문, 人事 쇄신 서둘러 해답 찾아야

화이트보스 2014. 12. 15. 11:28

靑 문건 파문, 人事 쇄신 서둘러 해답 찾아야

입력 : 2014.12.15 05:30

청와대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지난 1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최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법원은 12일 최 경위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 경위 유족들은 "최 경위는 누명을 뒤집어씌우니까 죽음으로 간 것"이라며 "유서에 '정보 분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뜬다'고 쓰여 있다"고 전했다. 최 경위의 자살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검찰 수사가 곤혹스러운 국면에 접어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은 최 경위의 죽음으로 수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검찰은 일요일인 14일 청와대 '문고리 권력'을 틀어쥔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온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또 다른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도 부를 예정이다. '비선(袐線)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도 지난 10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 주변의 권력 암투설에 휘말린 핵심 인물 대부분이 검찰에 불려 나온 셈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14일 일제히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했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이번처럼 권력 핵심이 연루된 대형 사건만 터지면 무조건 특검을 들고 나왔다. 지금껏 특검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눈에 띄는 결과를 낳았던 적은 거의 없다. 이번이라고 해서 과거 특검·국정조사와 다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정윤회 동향 문건'에 나온 것처럼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관 10명이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없을뿐더러 이들이 정기적 회합을 가져 왔다고 볼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정윤회 문건'에 나온 내용은 '찌라시(증권가 루머집) 수준의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못 박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런 주장을 펴왔다.

그런데도 '정윤회 문건은 허구'라는 대통령과 여당의 논리가 국민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에 나온 내용을 사실로 보는가'라는 설문에 50.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은 23.9%에 그쳤다. 오히려 대통령·여당이 문건을 '허위'라고 몰아세운 것이 검찰 수사에 지침(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의혹만 키운 꼴이 됐다. 여기에다 법원이 최 경위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고, 검찰 재소환을 앞둔 최 경위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일까지 겹쳤다. 문건의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이 사건을 계속 끌고가려는 정치적 동력(動力)이 한층 강화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 주변에서 실제 정윤회씨·문고리 3인방 등 가신(家臣) 그룹과 박지만 회장 세력 사이에 알력·내분이 벌어졌는지, 각종 인사에 이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와 그 이상의 절차를 거쳐서라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현재로선 이 진상 규명 과정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때까지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의 국정(國政) 운영이 차질을 빚는 것이다. 지금 나라 안팎의 안보·경제 사정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긴박하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개혁 과제들도 국회에 쌓여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사실상 이런 국가적 현안들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국정 운영을 정상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밀고 나가는 일종의 '투트랙(Two-track)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정 운영을 제 궤도에 올려 놓으려면 무엇보다 과감한 국정 쇄신안(刷新案)을 내놓아야 한다. 그 출발은 인사(人事)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데는 그간의 인사 실패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국민이 이해 못할 '인사 실패'가 빈발하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붙들고 있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부·여당에서도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까지 국정 농단이란 뒷말이 끊이지 않았던 '문고리 3인방'은 물론 청와대 내부 기강(紀綱)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이 쇄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들을 감싸고도는 한 어떤 인사를 단행하고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의혹이 해소되기 어렵다. 결단성 있는 쇄신 인사를 통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임기 3년 차의 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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