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詩 ‘신부’의 모티브 된 산문 ‘만주일기’ 발견
박훈상기자
입력 2014-12-17 03:00:00 수정 2014-12-17 03:15:36
문예계간지 ‘연인’ 겨울호에 공개고 서정주 시인(1915∼2000)이 1975년 펴낸 시집 ‘질마재 신화’에 수록된 시 ‘신부’의 모티브를 알 수 있는 산문이 발견됐다.
문예계간지 ‘연인’은 겨울호에 서 시인의 산문 ‘만주 일기’를 공개했다. ‘만주 일기’는 매일신문에 1941년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발표됐지만 서 시인 전집에는 없던 것이다. 이 산문은 그가 “유쾌하게 성공하겠다”며 일자리를 얻기 위해 만주로 떠났다가 느낀 고독, 좌절, 방황을 그렸다. 1월 15일 게재된 산문에는 훗날 ‘신부’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를 적어 두었다.
“첫날밤에 신랑이 변소엘 가는데 한 장절에 도포 자락이 걸린 걸 신부의 경솔과 음탕인 줄 오해하고 버렸더라. 10년 후에 돌아와 보니 신부는 거기 10년의 첫날밤을 여전히 앉았더라. 오해가 풀렸거나 말았거나 손목을 잡아 보니 신부는 벌써 새까만 한 줌의 재였다.”
훗날 서 시인은 여인의 한과 정절을 그린 시 ‘신부’에서 유사한 이야기를 다뤘다. ‘신부’ 역시 신부를 음탕하다고 오해해 집을 나선 남편이 50년이 지나간 뒤에 돌아와 보니 신부가 고스란히 앉아 있었으나 어루만지자 재가 됐다는 내용이다.
시인의 제자인 유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는 “시인이 ‘신부’를 쓰게 된 배경은 처음 알려진 것”이라며 “미당 시 연구 학자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인 겨울호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이상화 시인(1901∼1943)이 1926년 잡지 ‘문예운동’ ‘신민’에 발표한 시 ‘설어운 조화’ ‘머-ㄴ 기대’ ‘새 세계’와 산문 ‘심경일매’도 함께 수록됐다. 역시 이 시인의 전집에는 없는 것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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