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장 獨走 방치한 것은 집권末 내 결정적 실수였소
나랏일에 사사로운 因緣을 앞세우는 것은 피해야 하오
'열심히' 아니라 '잘' 하는 게 지도자가 할 責任 윤리예요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박근혜 대통령, 나 박정희입니다. 1979년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엄동설한의 세파(世波)에 내던져진 박 대통령을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몰라요. 나 자신의 업보(業報)를 내가 짊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자식들까지 고통을 겪는 모습은 참기 어렵더군요. 그러나 그 모든 걸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아버지로서 한없이 대견하면서도 대통령직(職)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처지가 애처롭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논쟁적 인물이었어요. 지금도 나에 대한 상반된 평가로 국민이 서로 얼굴을 붉히곤 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내가 밀어붙인 '돌진적 압축 성장' 정책은 1960년대 상황에서 불가피했습니다. 보릿고개의 적빈(赤貧)을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었지요. 얼마 전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 야경(夜景) 사진은 한반도 남북의 행로에서 내가 갔던 길이 옳았음을 웅변합니다. 현실 정치의 핵심은 결과로 말하는 책임 윤리에 있고, 나는 정치적 책임 윤리에 충실했지요.
물론 내가 도덕적인 사람이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일제 때 관동군 장교로 복무했고, 남로당 동지들을 배반했으며, 철권통치로 민주주의를 파괴했지요. 개인으로서도 나는 적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철학자 헤겔의 '하인에게 영웅은 없다'는 명제로 영웅의 역사적 역할이 개인적 허물을 덮는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싶진 않아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내 말은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결의(決意)의 표현입니다.
박 대통령, 이런 내가 정말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집권 말기 경호실장의 독주가 초래한 부하들의 권력 다툼을 그냥 놔둔 점입니다. 다 내가 두는 장기판의 말로 여겼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지요. 용인술(用人術)의 달인이라던 나의 결정적 실수였습니다. 청와대 문건 파동에서 비롯된 지금 상황은 매우 위중(危重)해요. 지도자가 사사로운 인연을 나랏일보다 앞세우는 것으로 비치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통합해야 할 통치자의 의무보다 몇몇 비서와 보좌관에 대한 개인적 의리가 더 앞설 순 없습니다. '군주는 차라리 무섭게 보일지언정 결코 우습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한 마키아벨리를 떠올려보세요.
내 주위에 있던 이들이 나에 대해 그리 나쁜 말을 하지 않은 것도 눈여겨보기 바랍니다. 나는 사람을 쓸 때 능력을 중시한 데다 자율적으로 일하게 하고 떠나보낼 때도 직접 글을 써서 위로하는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최근 유진룡 전 장관의 행태를 나무라기 전에 한번 깊이 생각해 봤어야 할 일입니다.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책임장관제는 사실 내가 원조(元祖)예요. 믿고 맡긴 다음 신상필벌(信賞必罰)했더니 관료 사회가 시스템으로 잘 돌아가더군요. 그들의 헌신 없이 조국 근대화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청와대부터 그렇게 삐꺽대지요?
박 대통령, 일분일초를 아껴 새벽까지 보고서를 읽을 정도로 전력투구한다니 아버지로서 참 애잔하네요. 그러나 나랏일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게 책임 윤리의 의미예요. 얼크러진 현실은 문서로 파악되지 않으니 현장을 챙겨야 합니다. 혼자 밥 먹지 말고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의미의 '식사 정치'로 민심을 확인하세요.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조차 박 대통령을 독대(獨對)하기 어려운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국정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 나도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했어요. 하지만 시대정신을 육화(肉化)한 비전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서 위기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전을 공유한 뛰어난 인재들이 내 곁에 있었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 집권을 가능하게 한 공약과 꿈은 혼자 이룰 수 없어요. 정치적 위기마다 대통령 홀로 뛰어서는 국민이 움직이지도 않으며 국정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2년이 보여준 그대로예요.
5년 임기는 잠깐입니다. 새해엔 천하의 인재를 두루 쓰는 대(大)탕평책으로 감동과 희망의 정치를 한번 해보세요. 우리 역사에 기록된 박정희란 이름이 미생(未生)이라면 박 대통령이 그것을 완성할 것이라는 내 꿈은 아직 살아있어요.
박 대통령, 정치는 결과로 국민께 책임지는 겁니다. 나의 성공에서도 배우고 실패에서도 배워 결연히 재출발하세요.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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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중씨 당신의 근본사상은 공산주의라는 것을 거창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탈을 쓰고 허튼소리를 지껄인걸로 봅니다. 당신의 말대로 "남로당 동지들 배반했으며"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로 혁명을 했어야 됬다는 의미심장하게 숨기면서 내뱃은 속내는 무슨 뜻인가? 이석기를 잡아내듯이 이런 학자탈을 쓰고 공산주의 선동하는 자들 박멸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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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우리에게 위중함은 일상화된 상태지 지금이 특이 위중한 것은 아니다. 다소 선동적인 언급이다. 공사구분이 엄격한 대통령이 나랏 일보다 개인적 의리를 앞세운 구체적 어떤 사실이라도 있는가.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잘 하기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다.얼렁뚱땅 부실하게 국정을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문서. 현장. 식사정치, 독대 등 상투적인 시쳇말로 대통령을 비판하며 얼버무리는 것은 진실을 회피하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