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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소위 시절 그린 기동훈련 지도. 지도를 자세히 보면 한문뿐만 아니라 전문 용어를 영어로도 기록해놓고 있다. |
이중근(李重根)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해 8월 ≪6·25전쟁 1129일≫을 펴낸 바 있다. 1950년 6월25일부터 휴전일인 53년 7월27일까지의 총 1129일을 일지(日誌)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편찬자들이 미국, 중국 등지에서 구한 미공개 자료사진 240여 장 등 국내외를 망라한 6·25 전쟁 관련 자료를 모아 펴냈다.
자료 수집 후 집필에만 2년3개월여가 소요됐고 그 분량도 1050쪽에 달하는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날짜, 요일, 날씨, 전황(戰況), 국내외 정세 등 객관적 사실만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편찬자의 어떠한 주관도 개입시키지 않고 기록에 남아 있는 역사적 사실만 나열했다.
한 편찬자는 “객관적 자료의 수록만으로도 6·25 전쟁은 북한이 남침을 감행한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며 “6·25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남침인지 북침인지, 해방전쟁인지, 전쟁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전쟁 중 월남(越南)자 가족들의 취학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담당 공무원들이 베트남 학생들의 취학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는 어처구니 없는 자료에서부터 전쟁 발발 이듬해인 51년 1월, 일본군이 6·25 전쟁에 참가한다고 발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군은 중공군보다 먼저 격퇴해야 한다”고 반박한 내용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책은 이 회장이 자신의 호를 따서 만든 우정문고에서 발간됐다. 우정문고 설립 취지에 대해 이 회장은 “국내 인문학 발전을 위해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근 회장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책 2만여 권을 국방부, 재향군인회 등에 기증했다.
그 우정문고에서 또 8·15 광복에서 6·25 전쟁 발발 직전까지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책을 펴냈다. 앞서 발간한 ≪6·25전쟁 1129일≫을 양에서는 압도한다.《광복 1775일≫이 그것으로 상·중·하 3권으로 전체 2546쪽 분량이다. ≪광복 1775일≫은 10권 3512쪽 분량의 휴대용으로도 함께 제작했다. 책의 형식은 ≪6·25 전쟁 1129≫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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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으로 출간한 <광복 1775일> |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12월 18일 오전 11시 세종문화관 1층 세종홀에서 열린다.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갖가지 귀중한 사료가 담겨 있는 이 책의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과 관련한 부분이다.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갖가지 귀중한 사료가 담겨 있는 이 책의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과 관련한 부분이다.
1947년, 소위였던 박정희 전(前) 대통령은 춘천에 있던 8연대 본부에서 작전참모대리로 근무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전인 1947년은 국군이 창설되기 전으로 우리 군은 미 군정(軍政) 하에서 조선경비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 해에 조선경비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야외기동훈련이 실시됐다. 당시 작전참모 대리 박정희 소위는 야외기동훈련 지도를 작성했는데 이 지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소위 시절 작전참모대리로 한 일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기록이다.
47년 7월22일부터 3일간 강릉-후포 사이 동해안에서 8연대가 야외기동훈련을 실시했는데 이 때 훈련의 계획서와 평가보고서를 박정희 소위가 작성했다. 이 책의 한 편찬자는 “박정희 소위가 그린 야외기동훈련 지도를 보면 그 세밀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세밀함이 훗날 대통령이 됐을 때 국토개조에 밑거름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