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12 03:00 | 수정 : 2015.01.12 10:36
[北 변화의 길] [2] 김철 前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폐쇄적인 자립노선 추구한 아버지의 실패 잘 알아
새로 만든 20개 경제특구 성공하려면 개방이 필수… 시기 놓치면 정권 잃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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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른쪽)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9일 오후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본지 김명성(왼쪽)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김 전 대의원은 지난 9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출생지부터 속이며 거짓으로 신격화했기에 개혁·개방을 제대로 못 했지만, 김정은은 젊은 데다 아직 거짓 신격화도 덜 됐다"면서 "김정은이 마오쩌둥 노선을 부정하고 개혁·개방을 이룬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김 전 대의원은 북한에서 우리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두 차례 지냈지만 북 체제의 한계를 느끼고 2006년 탈북했다.
그는 북한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남한으로 온 최고위급 탈북자로 북한의 국내외 경제 동향에 대해 정통하다.
그는 "경제적으로 볼 때 김일성·김정일은 폐쇄적인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을 추구하다 실패했다"며 "김정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경마장·스키장·편의시설·아파트 건설 등으로 평양시와 일부 지역은 변화했지만, 지방은 지금도 한심한 상황"이라며 "김정은이 지방에 20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방이 경제개발구를 하려면 외자 유치가 필수인데 열악한 인프라 환경과 노동력 통제 때문에 투자할 사람이 없다"며 "투자 환경과 조건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의원은 "현 상태에서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는 반대 세력이 나타나 쿠데타를 할 수도 있다"며 "누가 개혁·개방을 하든 인민의 평가와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체제가 전면적 개혁·개방을 선택하면 성공적으로 체제 전환의 길을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민심을 잃고 정권마저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김정은이 민족과 인민을 쳐다보고 가야 한다"며 "만일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성공한다면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북 주민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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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는 북한 주민들. /대북사업가 제공
그는 "통일을 위해 남북이 대화와 교류를 추진하되 과거처럼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통행을 해야 한다"며 "우리 상품이 평양의 백화점에 들어가고 북한 사람과 기업도 서울에 와서 북한 상품을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산상봉도 금강산이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형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 간 정상회담도 좋고 교류도 좋지만 목적과 지향성을 갖고 북한이 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의원은 북한의 성공적 체제 전환을 위해 "주변 강대국들이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남북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김정은도 남한의 도움을 받아 개혁·개방을 해야 외세의 간섭 없이 통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통일이 된다고 해도 북한의 경제력과 북 주민의 정치의식을 바꾸는 데 과도기가 필요하다"며 "동서독처럼 장벽을 빨리 허물면 안 된다"고 했다.
- [통일이 미래다] "김정은, 젊고 神格化 덜 돼… 등소평처럼 개혁개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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