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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청소년들, 도쿄 한복판서 '한국어 경연(競演)'

화이트보스 2015. 2. 2. 11:20

日청소년들, 도쿄 한복판서 '한국어 경연(競演)'

  • 도쿄=정지섭 기자
  • 입력 : 2015.02.02 03:00

    [말해보자 한국어' 행사 열려… ·고생 25개팀 참여 성황]

    태극기 들고, 한복 입고 "사랑해요 한국, 조용필… 어른들 좀 가까워 졌으면"
    양국 민간교류 축소에도… 韓 문화 이해하는 잔치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이지만, 과거사 문제 등으로 두 나라 관계가 냉각되면서 민간 교류 행사도 축소·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잘되는 행사가 있다. 일본 중·고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솜씨를 겨루는 '말해보자 한국어'다.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1일 도쿄 신주쿠 요쓰야의 주일 한국문화원 한마당홀에서 열린 '말해보자 한국어 2015' 도쿄 지역 결선은 적어도 내일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한·일 갈등은 먼 나라 얘기임을 말해줬다. 한국 체류 경험 없이 수업 등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고생 25개팀이 무대에서 총 7시간 동안 한국어 솜씨를 겨뤘다.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 사람씩 연단에 올라 주장을 펴는 식이 많아 다소 심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회는 두 명이 짝을 이뤄 정해진 뼈대에 살을 붙여 발표한다. 만담 콘테스트가 연상될 정도로 즐겁고 화기애애했다. 올해 경연 시나리오는 '한국에 간 일본 유학생이 심하게 감기를 앓자 한국 학생이 한국식 처방을 알려준다'는 것.

    
	1일 도쿄 주일 한국문화원‘한마당홀’에서 열린 일본 청소년 대상 한국어 경연대회‘말해보자 한국어’도쿄 결선. 참가 학생들은‘감기에 걸린 일본 유학생을 한국 친구가 도와준다’는 기본 뼈대에 각자 살을 붙여 태극기를 소품으로 사용하거나(왼쪽), 한복을 무대의상으로 활용하며 열띤 경연을 펼쳤다.
    1일 도쿄 주일 한국문화원‘한마당홀’에서 열린 일본 청소년 대상 한국어 경연대회‘말해보자 한국어’도쿄 결선. 참가 학생들은‘감기에 걸린 일본 유학생을 한국 친구가 도와준다’는 기본 뼈대에 각자 살을 붙여 태극기를 소품으로 사용하거나(왼쪽), 한복을 무대의상으로 활용하며 열띤 경연을 펼쳤다. /주일 한국문화원 제공
    참가 학생들의 발표 내용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냉랭한 한·일 관계에선 보기 힘든 따뜻하고도 세심한 마음 씀씀이였다.

    "넌 감기 나으면 뭐 하고 싶어?"

    "꼭 보고 싶었던 조용필 콘서트 보러 가고 싶어."

    "그래. 그럴 것 같아서 내가 표 구해놨다."

    "와! 정말이야? 앗싸!"

    이날 최우수상을 받은 일본학예대부속고교 2학년 쓰지야 메이양과 오카자키 겐군의 '경연' 일부다. 이들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가까워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조용필'이라는 이름을 등장시켰다"고 했다. "솔직히 저희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어요. 하지만 집안 어른들에게 좋아하는 한국 가수 이름을 물었을 때 대번에 나온 이름이에요. 어른들에게 친숙한 이름을 써서라도 일본과 한국의 어른들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여고 단짝 우노 사쿠라·하세가와 마이 팀의 경연 내용에도 상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노력이 배어 있었다. '한국식 감기 처방약'으로 대다수 참가 학생이 쉽게 알 수 있는 '유자차'를 택했지만, 이들은 '끓인 배'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민간요법을 내놨다. 둘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리적으론 가까운 두 나라의 전혀 다른 문화를 알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몸살감기 걸리면 꼭 배를 끓여 먹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대회를 단순 경연이 아닌 신나는 문화 이해의 잔치로 만든 주인공들은 바로 일본 고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다. 2010년부터 "이 대회를 한·일 교류의 물꼬로 삼자"고 의기투합한 교사들이 기획 과정에 참여하면서 훨씬 다채롭고 즐거워진 것이다.

    이 대회는 오는 3월 7일 같은 자리에서 전국 결선이 열린다. 이후 6월로 예정된 소프라노 조수미의 일본 공연 때까지 한·일 문화 교류 행사는 당분간 예정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