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16 03:00
이번에만 이런 다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십 수년째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순간부터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그중에는 총리 후보자의 결정적 하자나 도덕적 흠결이 밝혀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시콜콜한 사생활부터 먼 친척의 문제까지 파헤치는 공개적 망신 주기로 흐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정작 총리 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경륜(經綸), 국가적 현안에 대한 견해를 따져보는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이러다 보니 총리 후보로 거론돼 온 인사들 중에는 제의를 받는 즉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총리 후보자가 이처럼 요란한 절차를 거쳐 취임하는 순간 곧바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거나 내각을 소신껏 이끌었던 경우도 거의 없다. 검증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총리에게 국민적 존경과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현재의 인사(人事) 및 청문 제도가 국가적 낭비를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오랜 기간 총리 지명에 대비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검증이 시작되자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급기야 후보자 본인이 몇몇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언론 외압 의혹을 부른 실언(失言)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야는 국회 표결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충남 출신인 이 후보자에 대한 찬반을 마치 충청권 전체에 대한 입장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자 임명 동의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여야는 국회 인사 검증 및 청문회 제도를 정치 개혁의 주요 과제로 다뤄야 한다.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새정치연합 역시 문제를 언제까지 남의 일로만 치부할 처지가 못 된다. 남경필 도지사 취임 이후 여야 연정(聯政)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는 주요 공직에 인사청문회를 새로 도입하면서 도덕성 문제는 비공개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6명 중 2명을 낙마시켰지만 공개적 망신 주기는 없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총리·장관 임명이 지방정부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