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0 03:00
광주市 "임금 半만 받을테니 청년들 고용해달라" 제안
현대車 "노조에 유리하게 단협 바뀌면 속수무책" 난색
"해외보다 경쟁력 떨어지는 국내 공장 늘릴 여유 없어"
광주시의 청년 고용률은 작년 말 현재 37%로 16개 시·도 중 14위다. 광주시보다 청년 고용률이 더 낮은 곳은 강원도와 울산광역시다. 이에 광주시는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 현실을 타개할 수 있도록 임금 삭감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부담을 덜어줄 테니 해외에 공장을 짓지 말고 광주 공장을 지금보다 더 키워달라고 요청했다. 기아차 광주 공장 노조 측도 "자녀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5개월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기류가 내부적으로 팽배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임금을 깎겠다는 제안은 긍정적이지만 임금 수준보다 더 큰 문제가 단체 협약"이라며 "노사 간 체결한 단체 협약은 별도 법인을 세워 운영하지 않는 한 기아차의 국내 공장 근로자 전체에게 공통 적용되기 때문에 광주에 짓는 새 공장의 근로자들도 현행 단협 규정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단체협약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수당 등 각종 임금체계와 근로조건 등이 노조에 유리하게 바뀌면 광주 공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부담이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지금 정부가 바뀌고 나면 그때는 (노조 등이) 또 어떤 요구를 들고나올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결국 해외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에는 공장을 늘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노조는 1987년 노조가 생긴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통해 임금을 올리고, 노조 측에 유리하게 단체 협약을 바꿔 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2013년 현대차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금속 산업 전반에 근로시간 단축 바람이 확산됐다"며 "청년 고용 문제나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서 현대차 노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