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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日 견제… 아시아版 파나마 운하 시동

화이트보스 2015. 5. 20. 15:38

中, 美·日 견제… 아시아版 파나마 운하 시동

  •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 입력 : 2015.05.19 03:00

    [일본의 동남아 경제권 텃밭인 태국과 '크라 운하' 건설 합의]

    -아시아 物流 장악 노려
    日의 동서 경제회랑 맞서… 中, 남북 경제회랑 추진
    싱가포르도 타격 불가피

    -美軍 봉쇄망 무력화 전략
    美가 장악한 말라카해협, 우회로 만들어지는 셈… 석유수송 차단 우려 덜어

    중국과 태국이 15일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크라 운하(運河)'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대만 왕보(旺報)가 18일 보도했다. 크라 운하 프로젝트는 태국 남부(말레이시아 북부)인 크라 골짜기를 파내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102㎞의 물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운하가 완공되면 기존 '아시아 관문'인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중동 석유와 아시아 공산품을 운송할 수 있다.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것보다 뱃길은 1200㎞, 항해 기간은 2~5일 단축된다. 10만t급 유조선의 경우, 35만달러의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태국은 17세기 말부터 크라 운하 건설을 검토했지만, 막대한 공사비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중국이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면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10년간 공사비 280억달러(약 30조원) 대부분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일정 기간의 운하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보는 "이번 비망록 체결은 크라 운하 착공을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동서 경제회랑 대 중국의 남북 경제회랑.
    중국은 크라 운하를 통해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견제하려고 한다. 동남아시아는 일본의 경제 텃밭이다. 일본은 베트남~라오스~태국~미얀마를 잇는 '동서(東西) 경제회랑'을 통해 동남아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태국은 일본차 점유율이 90%에 달하며, 일본 자동차회사의 동남아 공장이 집결해 있다. 중국은 바로 일본의 핵심 텃밭인 태국에 대운하를 건설해 아시아 물류를 장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중국은 일본의 '동서 경제회랑'에 맞서 윈난~태국~말레이시아를 관통하는 '남북(南北) 경제회랑'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은 일본의 '동서 전략'과 중국의 '남북 전략'이 날카롭게 교차하는 전략 거점이란 분석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아시아판 파나마 운하'를 뚫어 일본의 단단한 동서 회랑 블록을 단번에 뛰어넘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안보 차원에서도 크라 운하가 필요하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0%는 미군(美軍)이 장악한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유사시 중국의 에너지 수송로가 차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말라카 해협의 우회로(크라 운하)를 만들면 미군 봉쇄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 반면 말라카 해협의 물류 중심지인 싱가포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싱가포르 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세계 2위인 것은 말라카 해협 덕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자본은 크라 운하 외에 중남미 니카라과에서 태평양~대서양을 연결하는 '제2의 파나마 운하'를 뚫고 있다. 유럽(지중해)과 아시아(홍해)를 잇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확장 공사에도 투자를 검토 중이다. 태평양~인도양(크라 운하), 태평양~대서양(니카라과 운하), 지중해~홍해(수에즈 운하) 등 전 세계 주요 뱃길을 장악하려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