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진도군 비젼 미래농업,수산

한·중 FTA 건너가는 길 … 투트랙·징검다리 있죠

화이트보스 2015. 6. 11. 15:59

한·중 FTA 건너가는 길 … 투트랙·징검다리 있죠[중앙일보] 입력 2015.06.11 00:15 / 수정 2015.06.11 09:47

한국과 중국이 지난 1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두 나라는 국회 비준을 조속히 마치고 연내 발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계획대로 되면 FTA 효과가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수출을 이끄는 제조업이다. 그런데 제조업 말고도 한·중 FTA 시대의 첨병은 또 있다. 바로 농식품 수출과 외국인 투자다. 한국 농식품은 중국에서 고급·안전이라는 이미지여서 FTA가 발효되면 수출이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투자는 한국이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한·중 FTA 시대의 농식품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 로드맵을 알아봤다.

온·오프라인 전략으로 농식품 살리기
칭다오 물류기지 수출 거점으로 알리바바에 한국 판매관도 열어
안전식품·한류 이미지도 내세워 거대 내수시장 공격적으로 진출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스턴트커피(커피조제품)는 설탕·분유에 이어 세번째로 중국에 많이 수출되는 식품이다. 2000년대 후반 한국에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국의 ‘커피믹스’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출이 늘었다. 최근 4년간은 꾸준히 5000만달러대의 수출액을 유지하고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수출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 수출 때 붙는 관세(30%)가 20년간 연 1.5%포인트씩 줄 기 때문이다.

 한·중 FTA를 한국 농식품의 새로운 수출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로부터 한국시장을 지킨 데 만족할 게 아니라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농가와 식품업계가 수출을 통해 함께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중국 진출 성공의 첫번째 키워드는 안전이다. 값이 비싸더라도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원하는 중국 소비자가 많아져서다. 분유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수출액이 7540만달러(837억원)로 4년전인 2010년(790만달러)보다 9배 이상 늘었다. 2008년 중국을 떠들썩하게 한 멜라닌(화학물질) 분유 파동 이후 “한국 분유는 안전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인삼과 유자차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늘었다.

 또다른 키워드는 한류다. 바나나맛 우유는 중국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에 여러 차례 나오면서 수출되기 시작했다. 흰 우유는 분유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안전하다는 이유로 수요가 많다. 중국 정부의 살균 방식 변경 요구로 1년 넘게 수출이 중단됐다가 이달 하순께부터 다시 수출된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전지현이 즐겨 먹던 치맥(치킨+맥주)도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 수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구입한 한과를 찾는 중국인도 많아졌다. 한과를 포함한 쌀과자 수출액은 올 들어 5월까지 12만600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0%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프라인·온라인 투트랙 전략을 통해 대중 농식품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중인 중국 칭다오 물류기지가 수출 거점이다. 칭다오 기지를 중국 내 다른 7개 공동물류기지와 연계해 콜드체인(냉동·냉장 유통 체계)을 만들기로 했다. 중국 백화점에 한국 프리미엄 농식품 판매관을 열고, 아직 한국 식품이 덜 알려진 내륙도시에서 한국 농식품 상품전도 열 예정이다. 한국 농산품을 알리기 위한 안테나숍도 6군데 설치했다.

 온라인 수출을 늘리기 위해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 T몰에 한국 농식품 판매관(korea.tmall.com)을 개설했다. 이와 함께 중국 국유업체인 중양그룹 산하 식품 온라인 쇼핑몰에도 한국 식품관을 열 예정이다. TV홈쇼핑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CJ오쇼핑과 농식품 판매 협약(MOU)을 맺었다. 이주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중국에서의 한국 농식품 유통망을 갖추면 FTA 발효시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브 역할로 외국인 투자 늘리기
중국은 한국에 공장 짓고 세계로 … 글로벌기업은 한국 찍고 중국으로
52개국과 FTA 맺어 진출입 원활, 규제 장벽 허물고 세제 혜택까지


국내 최대 법률회사(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엔 요즘 중국 기업의 자문 요청이 부쩍 늘었다. 한·중 FTA 정식 서명을 계기로 한국에 투자하기 전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해서다. FTA로 두 나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 수요가 생길거라는 판단에서다. 분야는 다양하다. 한 중국 제조업 회사는 자사 제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덤핑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 제조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송도에 복합리조트 개발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도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봐서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생산업체나 영화배급사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중 FTA는 한국이 동북아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글로벌시장 진출을 원하는 중국 기업과 중국 진출을 원하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사례처럼 중국 기업 중에 한국에 해외수출용이나 자국 내수시장용으로 생산 기지를 만들려는 수요가 많다. 한국은 미국·유럽연합(EU)를 비롯해 전 세계 52개국과 FTA를 타결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 공장을 설립하면 ‘한국산’으로 글로벌 시장과 중국 내수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합의한 새만금 한·중 경협단지 조성도 이런 차원에서 나온 구상이다.

 FTA 기대감에 따른 중국 기업의 투자 증가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한·중 FTA가 타결된 지난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1억8900만달러(1조3191억원)였다. 3년전인 2011년(6510만달러)에 비해 18배 늘어난 금액이다.

 반대로 다른 선진국이 한국에 투자한 뒤 FTA를 활용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 이런 수요를 받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규제를 크게 줄이고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이 항공정비업에 진출할 때 지분 제한(50% 미만)을 철페한 것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기업이 인천에 민항기 정비사업 투자를 추진했다가 이 규제 때문에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이 계기였다. 외국인투자기업에 외화대출을 허용하고, 외국인 고용 허용 비율(내국인 총 수의 20% 이내) 규정도 창업 초기 기업에는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업종별로 투자를 늘리기 위한 맞춤형 규제 완화도 이뤄졌다. 우선 울산 동북아 오일허브에 글로벌 석유거래업자(트레이더)를 유치하기 위해 국제석유거래업을 새로 만들었다. 또 트레이더에게는 석유거래 강국인 싱가포르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해외 화장품 회사가 한국에 법인을 만들었을 때 외국인 대표이사의 정신질환자·마약중독자 여부 관련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규정도 없앴다.

 김영삼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한·중 FTA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