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0 03:05
[孝子가 애물단지로]
일반 상선 수십 척 수주 효과
설계능력 없이 과잉 수주 경쟁… 건조 과정 차질로 비용 눈덩이
"부가가치 높은 商船 수주로 내실 다지는 게 조선업계 살길"
한때 우리나라 조선업계를 먹여 살릴 효자(孝子)로 꼽히던 해양 플랜트가 천문학적인 부실을 낳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2010년 이후 세계 최초·최대 해양 플랜트를 연이어 수주할 때만 해도 '가뭄 속 단비'라는 환호성이 나왔으나 건조 과정에서 잦은 설계 변경과 공정(工程) 관리 실패로 예상과 달리 건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탓이다.◇3大 조선社, 최근 1년 손실만 8조원
요즘 조선업계와 금융업계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연이은 대규모 손실 발생 소식에 심리적 공황(恐慌) 상태에 빠져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5년간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2조원대의 손실을 숨겨왔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삼성중공업도 올 2분기 실적 발표 때 1조원대 손실을 털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파로 조선업체는 물론 자금을 빌려준 시중은행 주가도 줄줄이 폭락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원대 손실을 털어낸 것을 포함하면 국내 조선 '빅3'가 최근 1년여 사이 해양 플랜트에서 확인한 손실액만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수주한 해양 플랜트에서 발생한 막대한 손실로 골치를 앓고 있다. 해양 플랜트는 최초 수주액이 일반 상선의 수십 배에 달하지만, 그만큼 공기(工期)가 길고 건조가 까다롭다. 1억달러 안팎인 초대형 유조선은 수주부터 인도까지 보통 2년 정도 걸리지만, 최고 7억달러에 달하는 비슷한 크기의 드릴십(상선 모양의 시추선)은 최소 3년이 걸린다.
◇능력 부족에도 과잉 수주하다 慘事
이런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조선사들의 실력 부족이다. 일반 상선은 국내 조선사들이 자체 설계를 할 수 있고 기자재도 거의 100% 국산화돼 있는 반면, 해양 플랜트는 국내 업체에 자체 설계 능력이 없는 데다 기자재도 50% 넘게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이 없으며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수주 경쟁에만 열을 올리다 공기가 지연되는 프로젝트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설계 능력이 없다 보니 원가(原價)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점을 최대 문제점으로 꼽는다.
기본 설계를 100% 해외 업체에 의존하다 보니 건조 비용이나 공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해양 플랜트는 공정이 진행될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양 플랜트 대신해 高부가 상선 수주에 집중해야"
건조 과정에서 배보다 배꼽이 커진 사례로는 2010년 현대중공업이 유럽에서 수주한 원통형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가 꼽힌다. 당초 2013년 말 인도(引渡)를 목표로 11억달러에 수주했으나 수차례 설계 변경 끝에 납기가 1년 4개월 지연되면서 건조 비용이 당초 수주액의 2배가 넘는 26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송가 프로젝트'도 같은 실패 사례다. 대우조선해양은 원래 리그(반잠수식 시추선) 건조의 강자(强者)였지만, 2011~2012년 노르웨이 송가 오프쇼어에서 수주한 극지(極地)형 리그 4척(1척당 약 6000억원) 건조 과정에서 1조원 안팎의 손실을 냈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해양 비중을 줄여야 한국 조선업이 산다"며 "무리한 해양 플랜트 수주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상선 수주로 내실(內實)을 다지는 게 한국 조선업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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